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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가 가장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인하대에 추모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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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가 가장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인하대에 추모 발길

입력
2022.07.17 15:00
수정
2022.07.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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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숨진 단과대 앞 추모공간 마련
이틀째 학생과 교직원 찾아 묵념·헌화
범행 규탄 없는 총학생회 입장문 논란

인천 용현동 인하대 캠퍼스 한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7일 4학년생 조모씨가 헌화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환직 기자

인천 용현동 인하대 캠퍼스 한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7일 4학년생 조모씨가 헌화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환직 기자

캠퍼스 내 범행으로 숨진 인하대 1학년 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인천 용현동 인하대 교내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학생과 교직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4학년생 조모씨는 17일 오전 직접 준비해온 국화를 추모공간에 내려놓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피해자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 (추모하기 위해) 찾았다"며 "학교 인근에 살면서 용현동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캠퍼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공간은 전날 인하대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함께 설치했다. 인하대 1학년생 A(20)씨가 동급생 B(20)씨를 교내 건물에서 성폭행한 뒤 건물 3층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지 하루 만이었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학생들이 묵념과 헌화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조명우 인하대 총장도 이날 오전 장례식장에서 B씨 유가족을 만나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한 뒤 대학 관계자들과 함께 추모공간을 방문해 헌화했다.

추모공간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국화꽃과 캔커피 등이 놓여 있었고, 이곳을 찾은 이들이 남긴 쪽지도 가득했다. 한 남성은 쪽지에 '같은 남자로서 창피하고 미안합니다. 사람이 아닌 것들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여성도 '언니로서,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 받도록,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밖에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그곳에서 못다 한 꿈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후배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현실이 정말 마음 아프다' 등 진심을 담아 꼭꼭 눌러 쓴 글들이 테이블 위를 채웠다.

인천 용현동 인하대 교내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쪽지가 놓여 있다. 이환직 기자

인천 용현동 인하대 교내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쪽지가 놓여 있다. 이환직 기자

인하대 교직원과 총학생회는 전날 대학 홈페이지에 각각 추도사와 입장문을 올렸다. 교직원들은 추도사에서 "피해 학생의 명복을 빌고 딸을 먼저 보낸 부모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학생의 마지막 길이 평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그 어떤 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며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는 "15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고 겨우 스무 살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정녕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지 비통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 보낸 이들을 위로한다"며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엄숙히 추모한다"고 썼다. 총학생회가 입장문에 가해자나 범행에 대한 규탄 없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만 담은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B씨는 지난 15일 오전 3시 49분쯤 추모공간이 마련된 단과대 건물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발견 당시 옷이 벗겨져 있었고 머리와 귀, 입에선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건물 3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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