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후 은퇴를 예고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ㆍ롯데)의 첫 은퇴투어는 ‘눈물’로 기억됐다.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도 가족 앞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대호 곁에 선 가족들도 아빠를 응원하는 함성과 은퇴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뜻 깊은 순간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대호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은퇴투어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5회말 종료 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준비한 은퇴투어에서 ‘대~호’를 외치는 응원이 크게 울려 퍼지자 이대호와 가족의 감정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현역 마지막 올스타로 뛰는 이대호의 유니폼에는 이름 대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대호는 첫 은퇴투어 선물로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몸 담았던 일러스트가 담긴 대형 액자를 받았다. 액자는 부산 사직구장의 1루 베이스와 흙을 담아 제작했다. 또 은퇴투어 1호 주인공인 이승엽이 이대호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 아내 신혜정씨와 딸 예서양, 아들 예승군이 나와 뜻 깊은 순간을 함께 했다. 신씨는 “처음 만난 그때부터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아빠, 최고의 남편으로 함께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울컥한 이대호는 “저보다 아내가 더 많이 고생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렵게 입을 연 그는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하면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그는 올스타전을 마친 뒤 “야구장을 가득 채운 관중이 내 이름을 부르는데 아내가 울면서 나오더라”며 “그 모습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팬들의 환대 속에 은퇴투어를 진행한 것에 대해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안고 돌아간다”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내 신씨도 감동을 잊지 못했다. 올스타전 후 한국일보와 만난 신씨는 “은퇴투어 순간에 가족도 이렇게 함께하는 줄 몰랐는데 너무 멋진 이벤트를 준비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사실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이제 은퇴하는구나’라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아들이 야구에 눈을 뜨고 아빠가 ‘이대호’ 선수라는 걸 알게 됐다. 조금 더 야구를 하면 예승이와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예승이도 아빠가 야구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했다.
남편의 눈물에 신씨는 “감정이 막 올라왔는데 나까지 울면 더 많이 울 것 같아 진짜 많이 참았다”고 했다. 팬들의 응원 목소리에 대해선 “계속 닭살이 돋았다”며 “정말 고생 많았고 고마웠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줘서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모든 관계자분,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참 행복했다”고 밝혔다.
한편 만원 관중(2만3,750명)이 들어찬 가운데 3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에선 나눔 올스타(LG·키움·NC·KIA·한화)가 드림 올스타(KT·두산·삼성·SSG·롯데)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3으로 승리했다. 3-3으로 맞선 10회초 결승 3점홈런을 터뜨린 정은원(한화)은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총 21표)로 '별중의 별'인 MVP로 선정돼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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