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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로 가득 찬 서울광장… 퀴어축제 맞불 집회와 충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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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로 가득 찬 서울광장… 퀴어축제 맞불 집회와 충돌 없어

입력
2022.07.16 19:26
수정
2022.07.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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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에 3년 만에 퀴어축제 열려
무지개로 꾸미고 유명 캐릭터 분장한 사람들
공연 즐기고 이벤트·후원 참여하며 행사 만끽
퍼레이드 직전 폭우에 무지개 우산 쓰고 행진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3년만에 열린 제23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3년만에 열린 제23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너무 신나요! 코로나 때문에 걱정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한 인권단체 부스 앞을 지키던 김모(34)씨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2014년부터 퀴어축제에 참여한 베테랑인 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채를 나눠주며 큰 소리로 이벤트 참여 방법을 외치고 있었다. 30도 안팎의 날씨에 김씨는 땀범벅이었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무지개로 꾸민 참가자들... "연대 확인할 수 있어 기뻐"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2000년 처음 시작된 퀴어축제는 2015년부터 장소를 서울광장으로 옮기며 한국의 대표적인 퀴어 행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축제로 대체됐고, 지난해엔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됐지만 서울광장에서 시작되는 퍼레이드에는 50명 만 참석할 수 있었다.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광장 잔디밭에 모인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그간의 아쉬움을 보상받는듯 하루를 만끽했다. 무대 위 축하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부스에서 굿즈를 구매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활용해 옷을 리폼하거나 타투 스티커를 붙이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꾸미고 나왔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영희나 마블의 유명 캐릭터 할리퀸 분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3년 만의 대면 행사를 통해 서로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이번이 3번째 퀴어축제 참석인 이모(25)씨는 “오프라인 축제가 없던 지난 3년간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같은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즐기니 알 수 없는 힘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축제에 참석한 장모(21)씨 역시 “퀴어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 나왔다”며 “막상 와보니 부스도 다양하고 정말 재밌다”고 언급했다.

폭우에도 도심 행진.... 반대 집회 있었지만 큰 충돌 없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빗속에서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빗속에서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오후 4시 30분쯤부터 갑작스런 폭우가 내렸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서울광장부터 명동까지 도심을 행진했다.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우산에 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구를 쓰거나, 무지개 우비나 우산을 준비해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 남아 잔디밭에서 맨발로 춤을 추기도 했다.

서울광장 건너편에서 성소수자 혐오 집회가 열렸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시청역 내부에서부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고, 퀴어축제에 온 시민들과 반대 집회 참석자의 이동 경로를 분리해 마찰을 예방했다. 한 중년 남성이 확성기를 든 채로 서울광장으로 진입하려 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설득해 돌려보냈다. 미국 국적의 사라(32)씨는 “건너편에서 혐오 집회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경찰이 예상보다 잘 통제해주는 것 같다”며 “서울광장 잔디밭은 안전지대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각국 대사들도 무대 올라... 동성 배우자와 함께 참석도

퀴어문화축제에서 연대발언을 마친 각국 대사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달 10일 한국에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맨 왼쪽에 서 있다. 최주연 기자

퀴어문화축제에서 연대발언을 마친 각국 대사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달 10일 한국에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맨 왼쪽에 서 있다. 최주연 기자

각국 대사들도 현장을 찾아 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 10일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는 “이번주에 막 한국에 도착했는데 혐오를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 행사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는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은 21세기에 존재해선 안된다”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법적 보호”라고 말했는데, 모든 발언을 한국어로 진행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동성 배우자 히로시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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