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슴 깊은 곳이 타는 듯하고 신물이 올라오는데…

입력
2022.07.17 17:50
수정
2022.07.18 11:06
20면
0 0

역류성 식도염, 20~30대 젊은 환자도 100만 명 달해

서구식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최근 2030대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구식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최근 2030대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K(38)씨는 눕기를 좋아하는 ‘눕족(族)’이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어김없이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 등을 즐긴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오래 머물면서 이런 습관이 더 심해졌다.

K씨는 얼마 전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신물이 오르는 증상이 느껴졌다. 소화불량 같아 소화제로 다스렸지만 속 쓰린 증상이 가시지 않았다.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ㆍGERD)’ 진단을 받았다.

◇가슴 쓰리고 신물 오르는 증상이 대표적

역류성 식도염은 위(胃)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슴 쓰림ㆍ위산 역류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최근 꾸준히 늘면서 매년 400만 명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20~30대 환자가 100만 명에 다다를 정도로 젊은 층도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대 위ㆍ식도 역류 질환 진료 인원은 2016년 33만9,737명에서 2020년 42만760명으로 늘었다. 30대는 2016년 49만3,491명에서 2020년 52만3,930명으로 증가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 중앙부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신물이 올라온다.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 만성 기침, 속 쓰림, 목 이물감과 이유 없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심장저널 등에 따르면 가슴 통증 원인 가운데 42%가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 질환 때문이었다. 뒤를 이어 허혈성 심혈관 질환 31%, 근골격계 증후군 28%, 심낭염 4%, 폐렴ㆍ늑막염 2%, 대동맥류, 대동맥판 협착증, 대상포진이 각각 1%로 나타났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만 살피면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체질량지수(BMI) 3.5만 줄여도 40% 감소

역류성 식도염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매운 음식, 감귤류 과일, 탄산음료, 커피(디카페인 포함), 초콜릿, 홍차, 박하, 고지방식은 하부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키므로 되도록 삼가는 게 좋다.

위산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3시간 안에는 눕지 말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서울성모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후 2시간 이내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위염 발생 위험이 59%, 위암 원인이 되는 위축성 위염은 62% 각각 더 높았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는 오히려 하부 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만든다.

전정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복부 비만이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나 식도선암의 전구 단계인 바렛식도(Barrett’s esophagus)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꽉 끼는 옷과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이 나는 과일도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 피하는 게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 먹은 음식·식품을 기록해 반복되면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를 3.5㎏/㎡만 줄여도 역류성 식도염을 4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만성화되면 식도 협착 등 합병증 유발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펌프억제제ㆍ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PPI를 먹으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와 안전성 논쟁이 벌어졌다. 유준상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PPI가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를 내놓아 우려를 종식시켰다.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돼 궤양이 생기면 식도 내강이 좁아지는 협착 증세가 나타나거나 식도 점막이 서서히 위 점막처럼 변하는 바렛식도 현상이 나타난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바렛식도는 식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 예방하는 생활 수칙] (자료: 강남세브란스병원)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 피하기(커피, 술, 초콜릿, 지방 과다 음식)

-가슴 쓰림 유발하는 음식 피하기(매운 음식, 감귤류, 탄산음료)

-하부 식도에 위산 노출 줄이는 생활 습관 유지(체중 감량, 금연, 금주, 머리 쪽 침상 올리기, 식후 2~3시간 후 취침하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