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아이 성별 공개' 파티 인기
남아선호 줄고 외동 늘며 '축하 자리'로
임신부 조모(32)씨는 지난달 남편, 친구들과 함께 뱃속 아이의 성별을 공개하는 ‘젠더리빌파티(Gender Reveal Party·아기 성별 공개 파티)’를 열었다. 의사에게서 받은 성별 힌트가 담긴 쪽지를 친구들이 풍선 속에 넣으면 산모가 파티에서 풍선을 터뜨려 아들인지 딸인지를 알게 되는 이벤트다. 조씨는 15일 “주변에서 자녀 성별 갖고 별로 부담을 주지 않아 유쾌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며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풍선을 터뜨리기 직전이 가장 떨렸다”고 말했다.
최근 2030 예비 부모들 사이에서 임신 중인 아이의 성별을 공개하며 축하 파티를 여는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젠더리빌파티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보편적이지만 국내에선 생소한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 여파로 임신과 출산 자체를 축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친구들이 예비 부모를 축하할 목적으로 파티를 여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성별을 미리 알게 된 산모가 직접 양가 부모 등을 위해 파티를 준비하는 등 방식이 더 다양하다.
현행 의료법(제20조)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전에 부부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 16주부터 초음파 검사로 태아 성별 추정이 가능한 만큼 산모들은 대개 이 기간을 전후해 파티를 개최한다. 지난달 임신 16주를 맞아 젠더리빌파티를 치른 정상희(34)씨는 “분홍색 케이크를 준비해 참석자들이 딸에게 많이 투표했는데, 결과는 아들이었다”면서 “반전이 컸던 탓인지 파티 열기도 더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젠더리빌파티가 국내에 정착한 건 ‘남아선호사상’이 무뎌진 흐름과 무관치 않다. 자녀가 귀해지면서 아들, 딸 상관없이 산모의 순산과 아기의 건강을 우선하는 사회풍토가 자리 잡은 것이다.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딸 쌍둥이를 임신한 강은희(31)씨는 “아들만 귀하게 여기는 시대상이 사라져 성별에 신경 쓰지 않고 아기를 만날 날만 상상하며 설렌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출산 등 많은 이들이 겪는 일상을 특별하게 즐기려는 2030세대의 새로운 소비문화도 젠더리빌파티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종 축하 자리를 위해 호텔이나 파티룸를 대여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젠더리빌파티는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아도 ‘외동’이 많아진 저출산 시대에 자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출산 전까지 태아의 성별 추정은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개원 병원 사이에서 성별 확인을 빨리 해주는 경쟁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섣부른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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