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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지지율 추락의 이유

입력
2022.07.1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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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전통 보수층에서도 나타나는 지지 철회
근원은 문제해결 능력, 의지에 대한 회의
국가위기 관리에 진력하는 모습 보여야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택한 중도층이 잠시 지지를 거둔들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언제든 마음 돌릴 여지가 있는 정치적 가변계층이므로. 그러나 보수층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철회 추세가 뚜렷해지는 현상은 다르다. 지지 자체가 이례적이었던 젊은 세대는 그렇다 쳐도 장노년, 영남에서까지 이탈현상이 나타난다는 여러 조사결과들은 심각하다.

수치만이 아니다. 대선 승리에 환호했던 지인들과의 최근 대화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 발언이 자취를 감췄다. 예전 박근혜 정권 중반부터 보이던 현상이 고작 두 달 남짓 된 새 정부에서 조기 체감되기 시작하는 건 어두운 전조다. 말뜻 자체가 그렇듯 보수의 경직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보수 지향적 변화가 없던 것도 아니다. 밖으로는 한미·한일 관계 복원 시도, 대북·대중 관계 재설정에다 안으로는 원전 생태계 복구, 규제완화 약속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전 정권의 탈법과 불공정에 대한 사정도 일부 강경계층의 한풀이 정서와 부합한다. 경제 불안감이 크다지만, 코로나 국면에서 입증됐듯 위기 때는 집권 측에 대한 안전희구형 심리적 의존성이 더 커지는 법이다. 이렇게까지 지지율이 추락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놓치는 게 있다. 진보·보수를 분배나 성장, 평등이나 경쟁 같은 추상적 가치로만 분별할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이념 지향적이고 개혁 강박이 있는 진보좌파에 비해 보수우파에 내면화한 진짜 현실 가치는 안정,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이다.

지지율 급락 원인에 대한 분석은 넘쳐난다. 편협하고 부적절한 인사, 점증하는 부인 리스크, 신중치 못한 언행 정도로 요약된다. 사실 이런 것들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조짐이 보여서 정권 초기 잠깐은 양해할 수도 있는 문제다. 정작 답답한 것은 해결이 어렵지도 않아 보이는 이런 뻔한 현안에도 답을 제대로 내놓지 않거나, 답을 낼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속 인사에서도 비슷한 잘못을 거듭하고, 주변인 걱정에도 반응이 없고, 부적절한 언행 지적에도 자세를 고쳐 잡는 모습이 없다.

이를 관통하는 기조는 국가지도자로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시대적 책임감과 소명을 의식한다면 이토록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는 없다. 이건 대범함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결례이자 무시다. 그러므로 지금의 지지율 위기는 한마디로 문제해결 능력과 의지, 태도에 대한 불신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엄중한 국가위기 상황이다. 가뜩이나 고착화하는 저성장 기조에다 지구적 차원의 인플레와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빠르게 몰려들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이래의 고물가가 서민생계를 조이고 있다. 전략기조 변화에 따라 더 가늠하기 어려워진 대북·대중 리스크에다 허둥대는 미국과도 맘 편한 상시 우호적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누구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때 필요한 건 국가위기 상황을 돌파하고자 혼신의 힘을 쏟는 지도자의 절박한 모습이다. 매일 비상한 각오로 대외 경제 안보 분야를 진두지휘하고 국민에게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런 게 없다. 대책 없는 낙관, 이해할 수 없는 여유, 가벼운 언행이 대체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낙관이나 여유는 실력을 갖추고 있거나 뭔가 문제해결의 방책을 갖고 있어야 내보일 수 있는 태도다.

윤 대통령은 우선 태도에서부터 가벼움을 털어내고 진지함과 절실함으로 국정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통 보수층에서조차 불안감이 커져가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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