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가 송골매 전국투어 '열망' 제작발표회 당시 국내 대중음악의 다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 역시 국내 대중음악의 장르가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다만 문화는 흘러가는 강과 같아서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많은 분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애정을 갖고 다뤄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최근 밴드 송골매의 30년 만 전국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배철수가 전한 말이다. 그는 최근 한국 대중 음악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장르적 다양성은 부족하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에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국내 대중 음악시장에 다양성의 화두가 던져진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국내에 아이돌 시장이 활성화 되기 시작한 이후로 대중음악계에는 다양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금 역시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한정돼 있는 열풍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이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인 가수들의 장르적 편향성 만큼이나 국내에서의 장르적 편향성도 상당하다. 일례로 현재 국내 유명 음악 방송에서 아이돌 그룹 외에 보컬·밴드·발라드·록 등 다른 장르의 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낮다. 'K팝'의 글로벌 열풍 속 아이돌 음악에 대한 니즈가 높아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나, 대중에게 보다 많은 음악적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자리인 음악 방송에서마저 타 장르가 설 곳이 부족하다는 점은 실로 아쉽다.
끊이지 않는 대중음악 시장 '다양성'에 대한 담론 속 다양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대표되는 음악 전문 프로그램들은 꾸준히 인디·록·발라드·보컬·댄스 등 장르를 막론하고 '좋은 노래'를 대중의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는 중이다.
선배 가수들의 책임감이 묻어나는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싸이는 정규 9집 '싸다9'로 컴백했을 당시 다수의 리메이크 곡을 앨범에 수록하는 이유에 대해 "제 유년기를 책임졌던 히트곡임에도 지금 20대들이 모르는 노래가 많아서, 한번 들어봐달라는 취지로 불러 드릴 때가 많다. K팝은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 되지만 이런 다양한 자양분이 있는 장르라는 것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싸이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K팝 스펙트럼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불특정 다수 K팝 소비하는 분들에게 K팝의 다양성을 알릴 만한 유통 채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획 단계에 있다. 코리안 팝(K팝)은 이렇게 다양한 뮤지션들과 음악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예고했다.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의 노래 중 우리의 마음을 울릴 만한 수작은 차고 넘친다. 이같은 수작들이 '대중을 만날 기회' 조차 얻지 못한 채 사라지고, 특정 장르에만 편향된 지금의 흐름이 장기화 된다면 K팝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음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발걸음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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