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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옵션이 뭐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짜 드려요!

입력
2022.07.17 11:00
수정
2022.12.14 18:5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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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복잡한 건 싫다"형
디폴트 옵션 골라 연금 운용
② '적극 투자'형
펀드 상품처럼 굴릴 수도
10월 이후 선택 가능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를 쏙쏙 풀어드립니다.

이달 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시행된다. 올해 말부터 시중은행 등에서 디폴트 옵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시행된다. 올해 말부터 시중은행 등에서 디폴트 옵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2일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도입됐습니다. 노동자가 운용 방식을 정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됩니다.

저는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외 IRP 계좌도 갖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돈을 적립만 했어요. 그러다 지난 연말 '뭣도 모르고' 주가 연동 펀드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죠.

현재 펀드 수익률 -4.66%. 미국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자본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모인다는 것,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난다는 사실을 불과 한 달 전에야 깨달아 버렸습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진다는데, 그럼 나도 마이너스(-)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12일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들을 만나 상담을 받고 왔습니다. 그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봤어요.


어떻게 바뀌나①: 100%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는 경우

먼저 현재 저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부터 설명하면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펀드 39%, 저축은행 정기예금(12년 만기) 29.7%, 현금성 대기 자산 31.4%로 구성돼 있어요. 현금성 대기 자산은 제 운용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돈입니다.

기자의 개인형퇴직연금(IRP) 포트폴리오

기자의 개인형퇴직연금(IRP) 포트폴리오

-기초적인 질문부터 드릴게요. 디폴트 옵션이 뭔가요?

='펀드 가입하겠다', '다른 정기예금으로 가입하겠다' 등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선택한 방식으로 퇴직 연금이 운용된다는 건데요.

고객님의 예를 들어볼게요. 내년에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만기 되잖아요. 만기 후 4주가 지났는데도 별도로 운용 지시가 없다면, 저희가 '2주 뒤 디폴트 옵션으로 넘어갑니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요. 그런데도 아무 지시가 없으면 2주 뒤 해당 정기예금은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되기 시작해요. (신규 가입하신 분들은 첫 납입 후 다음 영업일에 안내 문자가 갑니다.)

정기예금은 이제 같은 상품으로 자동 재예치는 안 돼요. 다만 유예 기간(2023년 7월 11일까지) 동안은 제한적으로 재예치가 허용돼요.

즉 현재 정기예금으로만 운용하는 분들은 만기 이후 퇴직연금 전액이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됩니다. 그게 싫으면 만기 후 6주 이내에 직접 운용 지시를 하셔야 해요. 또는 디폴트 옵션으로 넘어간 이후 일부 또는 전부를 빼내서 다른 상품으로 운용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 바뀌나②: 100% 펀드로 운용하는 경우

연도별 퇴직연금 적립금. 그래픽=신동준 기자

연도별 퇴직연금 적립금. 그래픽=신동준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제 펀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펀드는 보통 만기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는데요. 상품을 바꾸고 싶으면 지금처럼 매도 후 다른 펀드나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면 돼요.

-그럼 100% 펀드로 운용하는 분들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할 필요가 없나요?

=아니요. DC, IRP 가입자는 무조건 하나의 디폴트 옵션에 가입해야 해요. 법으로 규정된 의무입니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이라면 디폴트 옵션 상품을 일반 펀드처럼 운용(옵트인)해 볼 수도 있어요. 다만 옵트인은 그 시점에 디폴트 옵션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는 분들만 허용돼요. 예컨대 디폴트 옵션을 A 상품으로 걸어두신 분이 디폴트 옵션은 A로 유지하되 B라는 디폴트 옵션 상품을 옵트인해 보고 싶다면, A 상품으로 운용 중인 돈을 전부 빼내야 해요.

디폴트 옵션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데요. 디폴트 옵션을 A 상품에서 B 상품으로 변경하는 경우엔 A 상품에 넣어둔 돈을 굳이 뺄 필요는 없어요.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사실 디폴트 옵션 자체가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돈을 묵혀두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예요. 퇴직연금 적립금이 약 300조 원이라는데, 대부분 정기예금으로 운용(86.4%)해서 수익률이 2%로 굉장히 낮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나는 복잡한 건 싫다"는 분들은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되도록 두시면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언제부터 선택할 수 있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디폴트 옵션은 12일부터 선택하면 되나요.

=현재 각 금융회사가 7~10개의 디폴트 옵션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전산 작업도 해야 해서 올해 10~11월쯤 출시할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올해 연말부터 시행하는 셈이죠.

-각 은행별 상품이 7~10개라고 하셨는데 각각 차이점이 뭔가요?

=상품들은 투자 성향별로 분류돼요. 예를 들어 어떤 은행이 상품을 7개를 준비했다면 하나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 즉 초저위험 상품일 거고요. 나머지 6개는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상품에 두 개씩 배치해야 해요.

각 상품들은 다시 1~3개의 펀드 혹은 예금으로 구성돼요. A라는 중위험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A 상품은 ㄱ사의 타깃데이트펀드(TDF), ㄴ사의 TDF, ㄷ은행의 예금으로 구성하거나, ㄱ사의 TDF, ㄴ사의 TDF로 구성할 수도 있어요.

정리하면 디폴트 옵션 선택은 '투자 성향 선택→해당 성향의 상품들 개별 구성 확인→최종 선택' 순으로 하면 돼요. 은행에 직접 방문해도 되고요.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신청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TDF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게 디폴트 옵션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네요. 근데 TDF가 뭔가요.

=생애주기별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인데요. 초기에는 자금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요. 노후에 가까워질수록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면 안 되니까 안전한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거죠.

TDF가 디폴트 옵션에 넣을 수 있는 펀드들(BF, SVF, SOC) 중 가장 활성화했기 때문에, 제도 시행 초기엔 금융회사들이 TDF 위주로 디폴트 옵션 상품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또 디폴트 옵션 상품엔 TDF나 밸런스펀드(BF)가 반드시 포함돼야 해요.

-그런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짜주는 상품이 이미 있지 않나요?

=디폴트 옵션은 일종의 국가표준(KS) 마크를 달았다고 생각하면 돼요. 고용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죠.


그래서 수익률은

퇴직연금 운용방법별 연간수익률. 그래픽=신동준 기자

퇴직연금 운용방법별 연간수익률.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럼 퇴직연금을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하면 저처럼 마이너스(-)는 안 나는 건가요? 중장기적으로 4~5% 수익이 날 거라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디폴트 옵션이 고위험군이냐, 저위험군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투자 상품이니 "단 한 번도 마이너스가 안 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워요. 단 1원이라도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것을 꺼리는 분이라면 예금으로만 구성된 초저위험 옵션을 선택해야겠죠.

다만 퇴직연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국가 공인 상품이니 기존 상품들보다는 수익률이 낫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상담 후 저같이 돈은 불리고 싶지만 '금융 알못'인 사람들에겐 디폴트 옵션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연금 특성상 많은 사람이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낮은 수익률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는 무색해 지는 것 아닌지' 등 복잡한 마음도 스쳤죠.

'공인된 투자 상품이 나온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그리고 상품 선택에 따른 책임(손실)은 제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겠죠.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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