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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한국학생들 완벽한 풀이엔 능하나, 깊은 공부 부족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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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한국학생들 완벽한 풀이엔 능하나, 깊은 공부 부족 안타까워"

입력
2022.07.13 18:12
수정
2022.07.13 18:21
23면
0 0

귀국 후 첫 회견서 한국교육에 대한 소신 밝혀
"서로 다른 학생들, 서로 다르게 평가했으면"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수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교수)가 수학 포기자가 많은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 "학창시절을 공부에 보내는 게 아니라 평가받기 위해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명문대에서 강의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 학생들은 완벽하게 실수 없이 푸는 것은 훌륭한데, 깊게 공부할 준비는 덜 되어 있다"며 공부에도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귀국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뒤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언론의 질문은 '한국의 제도권 교육'에 관한 허 교수의 생각에 집중됐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초·중·고교와 대학 학부·대학원까지 한국에서 졸업했다.

교육 정책에 질문이 쏠리자 허 교수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고 저는 교육에 있어서는 비전문가이고,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서도 "공부보다 평가에 초점이 맞춰진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평가 방향이 유연해져서 학생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모두가 수학을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순수한 마음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 자체보다는 '경쟁해서 이겨야 하고, 더 완벽해져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육정책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어른들이 이런 학생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의 틀을 짜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기만의 방법도 공유했다. 그는 "일이 잘 안풀리고 마음을 유지하기 힘들 때는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기다렸으면 좋겠다"며 "남이 독촉해도 힘들지만 스스로를 독촉해도 (힘든 게) 마찬가지라서, 쉴 때는 쉬고 포기해야 할 땐 포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육의 혜택을 받은 게 없다'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는 인생 전반기를 그 울타리 안에서 배우며 살아왔다"며 "지금 저를 만든 건 그동안의 경험이고 다른 세계와 다른 길이 있었다면 그건 (지금의) 제가 아닐 것 같다"고 답했다.

허 교수는 첫째 아들(8세)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아들이 하루에 한 문제씩 문제를 내면 제가 푸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여러 개를 그리고 몇 개인지 맞추는 방식 정도지만, 놀이처럼 보이는 이 과정도 수학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는 게 허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아들이 동그라미 13개씩 10줄을 그렸고, 제가 1초도 생각하지 않고 130개라고 맞추니 다음에는 무작위로 그려서 주더라"며 "곱셈이라는 개념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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