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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모기 경계령'… 코로나 잠잠하니 '뎅기열'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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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모기 경계령'… 코로나 잠잠하니 '뎅기열' 기승

입력
2022.07.13 15:19
수정
2022.07.13 15:29
0 0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전역 확산
방역당국 "가급적 모기 있는 곳 가지 말라"

뎅기열을 유발하는 숲모기의 모습. 미국 질병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캡처

뎅기열을 유발하는 숲모기의 모습. 미국 질병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힘겹게 벗어나고 있는 동남아시아가 '뎅기열 대확산'이라는 또 다른 보건 위기를 만났다. 흰줄숲모기, 이집트숲모기 등에 물려 감염되는 뎅기열은 급성 발열성 감염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악마의 병'이라고도 불린다.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이 증상이며 중증으로 빠지면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뎅기열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최악으로 치닫는 베트남, 필리핀ㆍ말레이ㆍ싱가포르도 심각

지난 4월 캄보디아 주민들이 뎅기열에 걸린 아이들을 안고 병원 앞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지난 4월 캄보디아 주민들이 뎅기열에 걸린 아이들을 안고 병원 앞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13일 동남아 각국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뎅기열 감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에선 이달 4일까지 총 9만2,000여 명이 감염됐다. 최대 피해 지역은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이자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인 호찌민시다. 호찌민시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2만1,750명의 감염자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1% 증가한 규모다. 대표적인 관광도시 다낭의 상황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다낭에선 지난달에만 지난해 동월 대비 6배가 많은 1,380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각각 6만5,000여 명과 1만8,800여 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 두 나라의 감염자는 지난해보다 각각 90%, 62%씩 늘었다. 싱가포르의 올해 상반기 감염자는 1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도 마찬가지로 각각 수천 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이 3개국은 의료 및 보건 시설이 미비해 실제 감염자는 5배 이상일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이상고온에 방역 역량도 부족… "모기기피제 꼭 챙겨야"

지난달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방역 관계자가 민가에 뎅기열 모기 유충을 박멸하기 위한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지난달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방역 관계자가 민가에 뎅기열 모기 유충을 박멸하기 위한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동남아에선 매년 여름 뎅기열 환자가 속출했지만, 올해는 봄부터 시작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일찍부터 뎅기열이 확산됐다. 뎅기열을 유발하는 모기는 습하고 더운 기후에 활발히 번식해 활동한다.

충분하지 않은 동남아의 보건 방역 역량도 사태를 악화한다. 베트남 등 각국 보건부는 뎅기열 피해 지역에 "주변을 깨끗이 하고 고인 물을 없애 모기 유충을 제거하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이다. 일부 지역 보건당국이 모기 유충 박멸을 위한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뎅기열 국내 유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동남아를 여행할 땐 반드시 모기기피제와 상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모기가 많은 풀숲 등을 피하고 모기가 싫어하는 밝은색의 긴소매 옷을 입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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