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파나마서 일주일 넘게 시위
중미 넘어 스리랑카·가나 등에서도 격화
물가 급등에 따른 경제난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 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어서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페루와 에콰도르에 이어 파나마로 시위 불길이 번졌다. 남아시아 스리랑카에서는 경제난에 따른 국민 시위로 정권이 붕괴됐고,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유가 47% 급등… "더는 못 참아"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미 파나마에서 물가 폭등에 분노한 시민 수천 명이 거리 행진에 나서는 등 일주일 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일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교사들이다. 일주일 전 기름값 인하 등을 요구하는 교사 노조의 파업 시위가 시작됐고, 노동자와 학생, 원주민이 가세했다. 수천 명이 국회로 행진했고, 수도로 가는 주요 진입로와 미 대륙 횡단 고속도로를 막아서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로렌티노 코르티소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개인용 차량에 대한 휘발유 가격을 갤런(약 3.8L)당 3.95달러(약 5,160원)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6월 말 대비 24% 인하한 수준이지만 시위대는 3달러(약 3,920원) 아래로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430만 명인 파나마의 물가상승률은 4%대다. 8%에 달하는 멕시코 등 중미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국민들의 체감 상승 폭은 더 크다. 미국 달러를 법정 통화로 써, 그동안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료비는 1월 이후 47%나 급등해 시위 촉발의 촉매제가 됐다. 미겔 안토니오 베르날 파나마대 교수는 "지난 여러 정권 동안 유지됐던 파나마인들의 인내심이 최근 연료비 상승으로 폭발한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개도국서 번지는 '물가 시위', 정권 퇴진까지
파나마의 반정부 시위는 중남미 국가에서는 벌써 세 번째다.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8%)에 직면한 페루에서는 지난달 27일 트럭 운전기사들이 연료비 상승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에콰도르에서도 연룟값 폭등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최소 8명이 숨졌다.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탄핵안이 의회 표결에 부쳐지기도 했다.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경제장관을 비롯한 주요 장관 4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인도 반도 아래에 있는 스리랑카에서는 경제난에 따른 시위로 정권이 붕괴됐다.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13일 새벽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도주한 상태다. 이달만 물가상승률이 27%를 넘어선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성난 민심이 거리로 쏟아졌다.
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워, 이런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향후 다른 개발도상국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 기초가 취약한 일부 국가에서는 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가나와 엘살바도르,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이 '국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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