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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전력 수급 위기 대비한 '히든카드', 예비전력 9.2GW는 어디서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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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전력 수급 위기 대비한 '히든카드', 예비전력 9.2GW는 어디서 왔나

입력
2022.07.14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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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비력 5.2GW에 추가 9.2GW 추가 확보
아낀 전력 되파는 'DR' 등 수요 절감에 의존도 높아
1.5GW 미만이면 2011년처럼 전국 '순환 정전'
신한울 1호기· 강릉안인화력발전 등 조기 투입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돼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5일 경기 수원시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돼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5일 경기 수원시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하늘만 보고 있을 순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력 당국 관계자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장맛비가 내리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7일 최대전력 수요가 9만2,990메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8월 둘째 주로 예상했던 정점 전망치(9만1,700~9만5,700㎿)의 하한선을 한 달 이상 일찍 넘어서면서 일부에선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까지 나왔다.




올 여름 불볕 더위 예측에 블랙아웃 우려까지



전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올 여름 폭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이나 1994년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력 수요는 늘어날 전망인데, 최대 수요 예상 기간 전력 공급 능력은 지난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고 9월 4일까지 본격 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특히 최대 전력 수요가 절정에 이를 때 예비 자원이 5.2기가와트(GW)인 점을 감안해 9.2GW의 추가 예비 자원까지 총 14.4GW를 확보하기로 했다.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히든 카드'라 할 수 있는 추가 예비전력을 확보한 방법수요 절감과 공급 증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전력은 짧은 시간에 공급량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전력 수요를 줄이는 측면에서 보면 주로 산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반응(DRㆍDemand Response)의 비중이 크다. DR은 전기 소비자가 기존 사용량보다 전력을 적게 쓰기로 수요관리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뒤 이 사업자가 아낀 전기를 모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7월 기준 30개 관리 사업자가 5,154개 기업을 등록해 DR에 참여하고 있다.

크게 자발적DR과 신뢰성DR로 구성된다. 자발적 DR은 경제성DR, 피크수요DR, 미세먼지DR 등이 있는데 피크수요DR은 수급 대책 기간 예측 수요가 기준 전망 수요를 넘었을 때 적용된다. 신뢰성 DR은 예비전력이 5.5GW 미만으로 떨어질 때 수요를 줄이는 데 적용된다. 쉽게 얘기해 공장 등에서 아낀 전력을 되파는 셈이다.

전압을 낮춰 송출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실제 전기기구 등을 쓸 때 문제가 없게끔 유효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전압을 낮추면 전력이 덜 쓰이는 식이다. 또, ①전력 수급이 '경계'(2.5GW 미만) 단계 이하에 접어들면 긴급 절전 명령을 내려 수요를 떨어뜨린다. 명령이 떨어지면 전국 공공기관은 꼭 필요한 전기 기구를 빼고는 전원을 내리고, 불을 끈 채 일한다. 현재 28도로 설정을 유지 중인 냉방기는 돌아가면서 작동을 멈춘다. ②예비 전력이 1.5GW 미만으로 떨어지는 '심각' 단계에 이르면 민간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강제로 전력을 끊는 '순환 정전' 조치까지 발동한다. 2011년 9월 15일 대정전 위기 때는 예비 전력이 24만㎾까지 떨어져, 실제로 전력 예비력이 '0'이 되는 블랙아웃 상황 직전까지 가면서 순환 정전 조치가 발동돼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났다.



시운전 중인 원전·석탄화력에 양수발전까지 총동원

이창양(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여름철 전력 수급 점검을 위해 이달 10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찾아 발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여름철 전력 수급 점검을 위해 이달 10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중앙제어실을 찾아 발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올 9월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는 신한울 1호기와 시운전 중인 강릉안인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이 동원된다. 현재 허용 한도 수준으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최대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최대 한도인 보증 출력 수준까지 올리는 것도 일시적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최근 멈춰 있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전 및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약을 두고 있는 발전소의 송전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전력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다. 보통 때는 송전선로에 일정 수준의 전력 용량만 송전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기준을 완화해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을 늘리는 것이다. 비상 시 고속도로 갓길 운행을 허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의 저렴한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양수 발전'도 활용한다. 양수 발전은 평상시 예비 자원이지만, 최대 전력 수요 발생이 예측되는 시점에 발전량을 집중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전력 공급량이 '보릿고개' 수준이었던 2011년 대정전 사태 때에 비해 공급량도 늘었다"며 "그때 일을 계기로 만약의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0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에너지전환정책관 주재로 여름철 전력수요관리 추진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적정 실내온도(28도) 준수 및 조명 및 승강기 효율적 이용, 대기전력 저감 등의 의무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여름철 휴가 분산 및 전력 수급 위기 상황 기관 간 협조 사항 등을 다뤘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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