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서 미래비전선포식 열려
언론에 공개한 미래형 엘리베이터의 모습은
인공지능, 스마트 미러, 모션콜 등 첨단기능 접목
건축물의 '대문 역할', 승강기 디자인도 고급화
전체 공정 78% 자동화…직원 600명 곳곳 포진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허공에 비친 홀로그램 위에 손가락을 올려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하자 문이 열리고 원하는 층으로 안내한다. 미래 엘리베이터에 적용될 '모션콜 버튼'이다. 이번엔 "몇 층 가세요?"라고 묻는 다른 엘리베이터 앞에서 "8층"이라고 답하자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음성을 인식해 해당 층으로 안내한다. 엘리베이터 문 옆에 달린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누군지 인식한 뒤 버튼 없이 문을 열어주고 미리 저장된 층으로 안내하는 '스마트 미러'도 최신 엘리베이터에 접목된 기술이다.
13일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팩토리에서 열린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 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선 이 같은 최첨단 엘리베이터의 면면이 공개됐다. 기능뿐 아니다. 디자인에도 고급화 전략이 담겼다. 보급형 모델에도 숲속이나 밤하늘의 분위기가 담겼다. 과거 엘리베이터는 공유 공간에 놓인 '주인 없는 물건'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대문'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엘리베이터의 대변신은 로봇 배달의 등장과 함께 이미 예고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배달로봇-엘리베이터 연동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로봇이 엘리베이터에 스스로 탑승해 원하는 층은 물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배달로봇 사업 구상을 발표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여기에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접목된 배달로봇 사업을 이르면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 "현재-미래 잇는 '하늘재'처럼…가능성 현실화"
올해로 창립 38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신규 스마트팩토리는 새 출발의 상징이다. 국내 점유율 40% 이상의 엘리베이터산업에서는 선두 주자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1984년 완공한 경기 이천 소재 공장에서 주로 근로자의 손을 거치는 방식으로 엘리베이터를 생산했다.
그러나 충주캠퍼스 스마트팩토리가 지난해 12월 시범 가동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2만 대 수준이던 연간 생산량은 올해 약 2만5,000대로 25%가량 향상될 전망이다. 6년 뒤인 2028년에는 3만5,000대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했던 충주 월악산 국립공원 소재 '하늘재'를 닮기 바란다"며 "건물에 갇혀 있는 단순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고객의 꿈을 이루는 '모빌리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곳 충주에서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45대가 '착착', 직원 600명은 곳곳 포진
실제 엘리베이터 생산 공정을 엿보기 위해 찾은 공장 3개 동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로봇이 가득했다.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며 전체 엘리베이터 생산 공정의 78%가 자동화됐기 때문이다. 먼저 1동 판금동에선 철판을 가공 및 절단하고, 2동에선 이를 가공해 '엘리베이터의 심장' 역할을 하는 인버터를 조립한 뒤, 3동에서 권상기를 만들어 포장한 다음 각각의 결과물을 물류창고로 옮겼다. 이 모든 과정에 로봇이 투입됐다.
로봇이 가득한 공장에는 보이지 않는 인력 600여 명이 포진해 있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충주캠퍼스 근무자들은 로봇을 제어하거나 결합과 조립(패킹), 물류, 검수작업 등에 투입돼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됐다 해도 각 결과물을 결합 및 조립하고 검수하는 작업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조립과 완성은 현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주문 즉시 옮길 수 있도록 분리된 상태로 보관됐다. 이 때문에 공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 상황에서도 인력 감축은 없다는 게 현대엘리베이터 측 설명이다.
국내 승강기 시장 규모, 세계 3, 4위 수준
산업안정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선 엘리베이터 수요가 줄어들진 않았을까. 회사 측은 "신규 시장뿐 아니라 교체시장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기준 국내 누적 승강기 설치 대수는 90만9,879대로, 세계 3, 4위 수준이다. 국내 점유율 40%이상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공략하고 있다. "자산 가치를 높이는 대문 역할을 하는 엘리베이터에 돈을 쓰는 추세라 회사는 시장을 크게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후발 주자인 탓에 해외 43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직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올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을 중점 거점국으로 지정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중동이나 남미, 북미 등으로 거점국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조재천 대표이사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5, 매출 5조 원, 해외사업 비중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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