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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물난리' 2년...홍수취약지구 96%는 지금도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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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악 물난리' 2년...홍수취약지구 96%는 지금도 방치됐다

입력
2022.07.14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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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선정 홍수취약지구 433곳
4%인 17곳만 장마 대비 조치 완료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계속돼 탄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대곡교 아래로 불어난 탄천이 흘러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계속돼 탄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대곡교 아래로 불어난 탄천이 흘러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20년 우리나라에도 전례 없는 홍수가 곳곳을 덮쳤다. 그해 6월 24일 시작된 장마는 중부지방에만 54일간 비를 퍼부었다. 이는 기상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래 가장 길다. 강수량도 687㎜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전남 구례군 등 섬진강 일부 지역의 강수량은 ‘500년 만에 한 번 올 만한’ 물폭탄이 떨어졌다. 홍수로 인해 43명이 목숨을 잃었고 5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2만8,000여 명이나 된다.

당시 홍수도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5월 발간한 ‘2020홍수피해상황조사 2차 보고서’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 양상을 하천시설물 및 내수배제시설물 설계기준 등에 반영하지 못해 홍수방어에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피해 당시 “지방하천의 경우 하천 정비율이 47.7%에 그쳐 홍수 방어를 위한 투자 및 정비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정비가 됐을까. 우선 환경부는 올해 3월에야 홍수취약지구를 선정했다. 환경부는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전까지 배수문 설치 등 최대한 조치를 완료하고, 그 전까지 정비가 어려운 곳은 수해방지 자재 등을 확보해 응급복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의뢰해 입수한 환경부의 ‘홍수취약지구 지정 및 조치현황’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홍수취약지구로 지정된 433곳 중 단 17곳(4%)에만 장마 대비 조치가 완료됐다. 취약지구의 96%는 위험에 노출된 채 방치된 것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홍수취약지구 중에는 계획홍수위보다 제방이 낮아 물이 넘칠 위험이 있는 경우가 128곳으로 가장 많다. 계획홍수위란 해당 지역의 예상 홍수량이 유입될 경우 최고 수위를 뜻한다. 하천 바로 옆에 있어 하천법상 홍수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경우도 109곳이 포함됐다. 다리 등 횡단시설물이 제방보다 낮거나(59곳), 하천시설물이 붕괴 위험에 놓인 경우(5곳)도 있었다.

2020년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 구례군 일대에만도 12곳의 홍수취약지구가 선정됐지만 조치가 완료된 곳은 없다. 인구가 밀집된 한강 일대 수도권 지역도 안전하지 않다. 서울 강동구 한강나들목 일대의 한 지점은 범람 시 도심으로 물이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문 시설이 없어 홍수취약지로 선정됐다.

서울 강동구의 한 다리. 한강나들목과 가까워 홍수기 범람 위험이 있지만 이를 차단할 수문 시설이 없다. 환경부는 이곳을 홍수취약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환경부 제공

서울 강동구의 한 다리. 한강나들목과 가까워 홍수기 범람 위험이 있지만 이를 차단할 수문 시설이 없다. 환경부는 이곳을 홍수취약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제방이 없다거나 교량이 제방보다 낮아 높여야 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라며 “이 경우 마대를 쌓고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하는 등 단기 대책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2020년 홍수 당시 갑작스런 섬진강댐 방류로 피해가 커진 만큼 지난해부터 수문방류 개시 1일 전에 알리는 사전예고제를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안전정비가 늦어진 데에는 조직개편 등을 거치면서 하천정비사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대응하던 하천관리는 올해 1월 환경부의 권한으로 통합됐다. 이상은 국토연구원 안전국토연구센터장은 “2020년 홍수 직후에는 댐 운영이나 제방보강 등 대비책에 대한 논의가 많았고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됐지만 실제 보수·보강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며 “홍수정책이 현장의 사전 대비보다는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디지털 예측체계 구축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과 다른 패턴으로, 설계한 것 이상의 홍수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제방정비나 댐 건설에도 한계가 있다”며 “도시 차원에서 홍수 시 배수를 돕는 설계를 만드는 등 장기적인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소(UNDRR)는 최근 “기후변화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8년 뒤인 2030년에는 일평균 1.5건의 기후위기발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대수 의원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홍수취약지구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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