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기자회견... 성명 전달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을 통해 ‘강제 연행’이나 ‘종군 위안부’ 등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가해 행위를 드러내는 표현을 교과서에 쓰지 못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데 대해 한일 양국 시민단체가 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한국)와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일본)은 12일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에 대한 정치 개입을 즉시 중지하고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 연행 등의 용어 사용 금지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각의 결정 등을 통해 제시된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으면 이를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2014년 1월 검정 기준을 개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무 동원을 ‘강제 연행’이나 ‘연행’이 아닌 ‘징용’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며,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이후 문부과학성은 역사 및 사회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각의 결정에 맞게 기술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말 종료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 초안에서 이 같은 용어를 썼던 교과서가 대부분 수정됐다.
양국 시민단체는 “학문 연구의 성과를 무시하고 ‘정부 견해’로 교과서 기술을 바꾸는 것은 일본의 전쟁 전 국정교과서의 부활이며 교육과 학문에 대한 개입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 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입장이 담긴 ‘고노 담화(1993년 8월)’를 무시하고, 일본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을 기술할 때 주변국 입장을 고려하여 기술하기로 한 ‘근린제국 조항’을 유명무실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잘못된 역사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시민이나 교사를 위한 자료집을 제작 중이며 이를 곧 배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성명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등이 제안했으며 한국 측에서는 이정빈 충북대 교수 등 개인 213명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8개 단체, 일본 측에서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 등 개인 285명과 역사학연구회 등 176개 단체가 찬동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민단체 일행은 회견을 마치고 성명과 찬성한 이들의 명단을 문부과학성 교과서과 담당자에게 제출했다. 담당자는 스즈키 도시오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대표위원 등으로부터 성명 등의 취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교과서 검정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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