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점 인식·금리 인상에 구매 미뤄
5년 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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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황모(33)씨는 직장 근처인 서울 관악구에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사려던 계획을 접고 전세로 시작하기로 했다. 연초엔 예비신부와 주말마다 아파트를 보러 다녔지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점찍은 아파트 호가가 3,000만 원 정도 내렸지만 지난해보다 금리가 1%포인트 넘게 올라 체감하는 비용은 비슷합니다. 올해까지 집값이 떨어진다니 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올 들어 황씨처럼 생애 최초로 집을 사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는 무주택자가 늘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며 무주택자의 매수 심리가 확 가라앉은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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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택 매수자 수 추이
1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6월 전국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 수는 23만1,7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만5,957명)보다 38.4% 감소했다.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월평균 생애 최초 매수자는 3만8,621명인데, 월별 생애 최초 구매자가 4만 명 밑으로 떨어진 건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는 월 4만~5만 명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주택시장을 이끈 2030세대의 매수세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엔 30대 이하 청년층의 생애 최초 매수는 19만7,767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2.6%)을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엔 그 비중이 절반 아래(49.97%·11만5,800명)로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집값 상승 불안감에 대출을 있는 대로 일으켜 집을 사는 2030의 '패닉바잉'(공황구매) 우려가 컸는데, 최근엔 청년층도 대거 관망세로 돌아선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출 80% 정책만으로는 도움 안 돼"
이런 가운데 3분기(7~9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가 확 풀린다. 처음 집을 사는 이들은 소득과 지역에 상관없이 집값(LTV)의 최대 80%(현재 5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50년 만기' 보금자리론도 등장한다.
다만 정부 대책이 무주택자의 매수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분기 시중은행 평균 주택대출금리는 3.87%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뛰었다. ①서울 중소형(40~62㎡) 아파트 평균가격은 9억 원 수준인데, 가령 70%(30년 만기)를 대출받으면 다달이 갚는 원리금만 296만 원(총 대출이자 4억3,000만 원)에 이른다. 1년 전보다 매달 이자로 40만 원(총 대출이자 2억7,700만 원) 더 내야 한다.
더구나 ②이달부터 대출 1억 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 비율이 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대출한도가 매겨져 소득이 낮으면 그만큼 대출한도도 낮아진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기준이 되는 원리금 상환액도 불어나 자연히 대출한도도 줄어든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단순히 대출한도만 늘려줄 게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세금을 깎아주거나 정책대출에 한해 금리를 확 낮춰주는 식의 혜택이 뒤따라야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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