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대표 장수 예능들의 딜레마
인기 유지하기 위해 포맷 유지…시청자 니즈 파악 필수
"프로그램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확장해야 예능의 판이 커진다." 과거 한 방송에서 방송인 유재석이 다진 포부다. 그간 '미우새' '라디오스타'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고전 중이다. 장수 예능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근 300회를 맞이한 SBS '미운 우리새끼'는 기존 연출의도를 완전히 잊은 듯 하다. 지난 2016년 첫 방송된 '미운 우리새끼'는 예능대상을 거머쥐면서 장수 예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의 '미운 우리새끼'와 SBS '돌싱포맨'과의 차별성을 묻는다면 스타들의 어머니가 탄식하는 그림 뿐이다.
결혼적령기의 남성 연예인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 과거에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 시대에는 별다른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비장의 카드'처럼 내민 김준호 김지민 커플의 투샷도 조금씩 진부해지고 있다. 그간 김준호가 김지민을 매회마다 언급했기 때문에 정작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지 못했다. 결국 '미운 우리새끼'는 김준호의 연애를 계속 아이템 삼아 했던 반복적인 이야기를 뱉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라디오스타', 달라진 색채에 시청자들 반응은
16년차 장수 예능이자 MBC 대표 예능인 '라디오스타'는 이미 여러 차례 위기론을 맞았다. 과거 진행자들의 과감한 발언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달라지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감안하지 못한 듯 주로 '홍보성' 출연이 이뤄졌다. 지난 2018년 동시간대에 방송된 SBS '골목식당'에게 시청률을 빼앗겼던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미 나왔던 게스트들의 재출연과 MC진의 색채가 아쉬움만을 남긴다. 독한 맛이라고 부르기엔 순하고 또 순한 맛이라고 하기엔 독한 미묘한 지점이 악순환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새 진행자로 기용된 안영미의 도발적인 멘트들이 보는 이들에게는 통통 튀는 자극이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토크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라디오스타'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전현무, '나 혼자 산다' 살린 구원투수
올해로 9주년을 맞이한 MBC '나 혼자 산다'는 의외의 캐릭터를 재발굴, 다시 인기를 얻는 중이다. 지난 2월 새롭게 합류한 허항 PD는 전현무를 복귀시켰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아울러 그룹 샤이니 멤버 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 젊은 세대의 공감대 형성을 만들었다. 키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 등장한 새로운 예능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금의 전현무는 의도치 않은 큰 웃음을 선사 중이다. '영앤리치'를 표방하는 1회성 출연자들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급기야 전현무는 6월 예능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거머쥐면서 제2의 전성기를 즐기고 있다. 전현무는 일상 속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거나 한라산 등반을 하는 모습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고 '나 혼자 산다'를 이끌고 있다. 다만 전현무에 대한 의존성이 깊은 탓에 전현무가 아닌 타 게스트들에 대한 반응은 미비하다.
위기론 이겨낸 '런닝맨', 안주 없이 변주 중
앞서의 질문에 대한 좋은 예시는 바로 SBS '런닝맨'이다. 지난 2010년 시작한 '런닝맨'은 올해, 12주년을 맞았다. 특히 '런닝맨'의 경우 시즌 변화 없이 일부 멤버 교체로만 지금의 명성을 이어왔다. '런닝맨'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동남아 쪽에서는 K-POP 아티스트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런닝맨' 최보필 PD는 10주년 기념 소감으로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사실 '런닝맨'의 경우 지난 2020년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10년간 '런닝맨' 연출에 참여했던 정철민 PD가 하차하면서 최보필 PD가 후임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변화는 프로그램 자체 고유의 색채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기에 장수 팬들의 우려가 모였다. 아울러 터줏대감이었던 이광수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런닝맨'을 떠났고 위기설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새 멤버 전소민과 양세형의 활약이 거듭 이어지면서 현존하는 최장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런닝맨'이 입증하는 장수 비결은 '자체 생명력'이다. 안정적인 포맷에 안주하면서 기존 팬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셉트를 가미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점친다. 버라이어티에서 관찰예능으로, 관찰예능에서 연애 리얼리티로 다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런닝맨'이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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