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청소하며 쓴 시인 조수형의 에세이
'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
청소부 등 경험 담은 이용훈 시집 '근무일지'
"복잡해진 노동 현장, 겪지 않고 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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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수형의 가전제품 청소 노동 이야기를 쓴 에세이 '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왼쪽)와 시인 이용훈이 온갖 일터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집 '근무일지' 표지. 눌민·문학동네 제공
1970~80년대를 뜨겁게 달군 노동문학의 시대가 저문 지 오래라지만 삶을 말하는 문학에서 노동이 배제될 순 없다. 초단시간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과 이를 온몸으로 관통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시대와 호흡하려는 문학이 놓쳐선 안 되는 화두다. 육체 노동의 현장에 직접 몸담은 시인들의 사유와 성찰이 담긴 두 권의 책 출간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간 '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는 시인 조수형이 가전제품 청소를 하면서 부딪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쓴 산문집이다. 그는 2015년부터 부인과 함께 청소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노동은 이런 것이다' 혹은 '노동자는 이런 존재다'라는 식의 교시적 글이 아니다. 자신이 교수라며 냉장고 수평이 틀어졌다고 우기거나 돈을 내지 않는 '갑질 고객'부터 반대로 휴식을 권하며 저자에게 깨달음을 준 고객까지, 여러 사람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냈다.
조수형 작가는 육체노동 현장을 직접 경험해야만 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일(노동)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며 "겪어보지 않은 일을 에세이나 시로 쓰긴 어렵다"고 했다. 노동하는 시인의 생생한 감정과 생각은 테이터나 간접적 지식의 세계, 그 너머를 보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오늘의 고객에게 내일 내가 고객이 되는 경우도 생기듯'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 내면에 숨은 노동자에 대한 이중적 태도도 돌아보게 된다. 그는 "거대 노조가 임시직(비정규) 노동자와 손잡지 않는 것처럼 사회 계층 현상도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다"며 독자들이 이런 점을 한 번쯤 고민해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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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용훈(왼쪽)과 조수형. ⓒ박프리들랜더·눌민 제공
시인 이용훈이 등단 4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근무일지'에도 노동 현장을 누빈 작가의 땀이 스며 있다. 일용직 노동자, 외장 목수, 모텔 청소부, 수화물 터미널 막일꾼,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등 온갖 일터에서 쌓은 경험과 그 현장을 그린 67편의 시가 실렸다. 그는 '쓰레기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노동 현장의 사투를 직설적인 어법으로 그려냈다.
때때로 유머도 담겼지만 그의 시들은 노동 현장의 척박하고 어두운 그늘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근무 환경을 그린 시의 제목은 '홀로 코스트코 홀세일' . "나는 매일같이 컨베이어의 지시를 받는다.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어 벨소리가 울릴 때, 누군가 사라진다 마른침을 삼켰을지 몰라, 고꾸라지면서… 컨베이어는 멈춘 적이 없어 순종과 침묵, 피고름보다 진득한 흑빛…'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를 표현한 문장 하나하나가 독자의 숨도 조를 듯하다.
그럼에도 노동하는 시인들의 메시지는 위로와 위안이다. 이용훈이 "살아가십시오"라는 시인의 말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조수형은 "할 만큼 해봤고 이제는 거의 포기한, 힘겨운 삶을 사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단순히 긍정적인 말을 건넬 수는 없다"며 "그래서 나는 우울하지만,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또 안아주는 시를 써가고 싶다"고 했다. 힘겨운 삶일지라도 그들의 현실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널리 알리는 게 문학인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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