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 극복하고 리그 홀드 1위 질주 중
“172㎝정도 될걸요?”
키움 마운드의 ‘작은 거인’ 김재웅(24ㆍ키움)은 '실제 키'를 묻는 질문에 “투수치고 조금 작은 편이죠?”라며 빙그레 웃었다. 야구 선수, 특히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작은 키다. 안우진(키움ㆍ192㎝)이나 소형준(KTㆍ189㎝) 등 비슷한 나이대 투수들과 비교하면 무려 20㎝나 차이 난다. 하지만 작은 체구라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친다. 굵고 단단한 하체에서 뿜어 나오는 그의 묵직한 직구가 올 시즌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11일 현재 23홀드로 이 부문 1위인데, 이대로라면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2019년 김상수 40홀드)을 위협할 만하다. 투구 내용도 훌륭하다. 39.2이닝(40경기)을 소화하는 동안 단 4실점, 평균자책점이 0.91에 불과하다. 지난 5월 13일 KT전부터 이달 1일 한화전까지는 2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했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올스타전 명단에도 감독 추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재웅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상상만 했지 이런 칭찬을 받게 될 줄 몰랐다.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고 야구장 나오는 게 즐겁다”라며 웃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자기 관리를 잘 하고, 타자와 승부할 줄 아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홍 감독은 “가장 긴박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 잘해 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좋은 경험을 했고, 그를 토대로 올해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피로도가 조금 높아질까 걱정이다.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 전에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시즌 40경기(39.2이닝) 등판은 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김재웅은 그러나 “3연투는 거의 없었고 연투도 최대한 안 하도록 감독님이 관리해 주신다. 경기를 소화하는데 무리 없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어떻게 투수를 시작한 걸까? 김재웅은 “중2 때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섰다. 어깨 부상도 없었고 '볼질'을 하지 않아 감독님으로부터 기회를 많이 받았다”면서 “현재 고려대 길홍규 감독이신데, 투수로 키워 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 때문인지 프로 지명 당시 57번째(2017년)에야 이름이 불렸다. 이후에도 2년간 2군에만 머무르며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지난해 경험치(51경기 53.1이닝ㆍ3.54)를 쌓았고 올해 완전히 자리 잡았다. 김재웅은 “2019년에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를 찾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렇다면 약점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공부가 답이었다. 김재웅은 “중량 운동도, 야간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면서 “원래 야구보는 것을 좋아해서 컨디션이 좀 떨어지면 야구 관람 및 공부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2021년에 찾아온 슬럼프도 강훈련으로 넘어섰다. 그는 “올림픽 휴식기를 전후로 잠깐 침체기가 있었는데 2군에 머물면서 다른 생각없이 운동을 많이 했다”면서 “당시 최고 구속이 142㎞ 정도였는데 2주 사이에 145㎞까지 찍었다. 구위가 좋아지니 1군에 복귀해서도 상대 타자들이 어려워했다”라고 떠올렸다.
그의 폼은 조금 독특하다. 온몸을 앞으로 내던지듯 투구하는데, 공 던지는 왼쪽 팔이 유독 높아 보인다. 김재웅은 “왼쪽 팔을 쭉 펴 던져서 릴리즈 포인트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착시 현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대쪽 오른 어깨를 앞으로 깊이 숙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왼쪽 팔이 더 높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재웅의 직구 수직무브먼트는 올 시즌 리그 1위인 평균 37.1㎝다. 타자 입장에선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떠올라 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재웅은 “분석팀에선 ‘움직임이 좋아 정타를 맞아도 멀리 안 나갈 것’이라고 한다. 분석팀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진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즌 볼넷(21개)이 조금 많은 편이지만 김재웅은 “맞으면 장타도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볼넷은 1루만 주면 된다. 그리고 다음에 병살이나 삼진을 잡으면 된다. 간단하다”라며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도 드러냈다.
작은 체구에 동그랗고 하얀 귀염상이라 곰인형 모양의 젤리 ‘하리보’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 소중하고 고맙다. 하리보 젤리를 선물해 주시는 팬들도 많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개인 목표로는 “팀 승리를 지키는 것이다. 내가 나가는 경기마다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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