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HRA 판매 허가 신청
임신중단할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8일 미시시피주 주도 잭슨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잭슨=AP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처방전 없이도 사전 피임약 판매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서가 처음 접수됐다.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피임약을 만드는 프랑스 제약회사 HRA 파마는 이날 처방전을 통하지 않고 사전 경구 피임약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취지로 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FDA가 승인하면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첫 사전 피임약이 된다. 미국에서 사전 피임약은 1960년대부터 제일 흔한 피임 수단으로 이용됐지만 혈전증 부작용을 우려로 처방전이 있어야 구할 수 있다.
처방전을 거치지 않고 약품을 판매하려면 소비자가 표시된 설명을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적 지도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HRA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6개월간 자사 약품을 복용한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포함해 7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가 포함됐다. 프레데리크 웰그린 HR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50년간 이용 가능했고 여성 수백만명이 안전하게 사용한 제품이 이제는 더 많이 사용될 수 있게끔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RA 경영진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FDA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향후 다른 피임약은 물론 임시중지약의 처방전 없는 판매 승인을 심사할 때도 일종의 선례가 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DA는 지난해 12월 임신중지에 사용하는 약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응급피임약 '플랜B'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임신중지 반대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FDA 결정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HRA는 승인 신청과 대법원 판결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HRA는 지난해 영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피임약에 대한 승인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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