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협의체 인적 구성부터 검찰에 편중돼"
"시행령 개정해 검찰 수사권 늘릴 우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1일 현재 운영 중인 ‘검·경협의체’를 겨냥해 “경찰과 검찰이 대등한 협력 관계에서 공정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협의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꾸려진 법무부 주관 기구이다. 하지만 협의체 위원 절반 이상을 검사 출신이 맡는 등 검찰 편향 우려가 커지자 경찰 수사 책임자가 공개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남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 실무협의회 과반이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실무협의회는 법무부 2명, 검찰청 3명, 경찰청 2명, 해양경찰 1명, 변호사 2명 등 총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전직 검사 등 친(親)검찰 성향 인사가 6명이나 되는 만큼 공정한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게 남 본부장의 지적이다. 그는 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이 맡는 ‘전문가·정책위원 협의회’라도 검경이 동수로 추천해 경찰 측 위원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남 본부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위헌이라는 법무부 주장에도 “(수사권 조정안이 담긴) 형사소송법은 수년간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마련된 법”이라고 반박했다. 2020년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경찰에 넘어갔고, 올해 4월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은 부패·경제 범죄로 재차 축소됐다. 이에 법무부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2020년 ‘1차’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도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무부가 형사소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데는 분명한 우려가 있다”면서 의도를 의심했다. 협의체 핵심 의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책임수사제다. 검·경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각자 수사 책임을 지는, ‘디테일’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수사권 조정 자체가 무효라는 법무부 행보는 모순된다는 비판이다. 경찰 내부에서 “우리는 어차피 들러리”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회의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까닭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세부 항목은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가령 ‘부패 범죄’를 폭넓게 정의하는 식으로 검찰에 직접 수사 권한을 많이 줄 수도 있는 셈이다.
남 본부장은 최근 “지난 정권에서 수사 안 된 것들이 꽤 있다”며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급에 대해선 “타 기관(해경) 사건을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밀어 붙이는 경찰 통제안이 수사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형사소송법 규정대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