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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시인들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합창

입력
2022.07.11 15:57
수정
2022.07.11 15:58
0 0

한국의사시인회 사화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간

개화산에 가는 이유/홍지헌

겨울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죽은 듯이 서 있는 나무
도무지 되살아날 희망이 어디에도 없는 나무,
찬바람에 그저 흔들리며 눈을 감고 있는 나무.

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물이 오르는 나무,
잎눈을 뜨는 나무,
꽃눈이 피는 나무.

여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푸르게 푸르게 회복되는 나무,
당당해진 나무,
울창해져 그늘이 서늘한 나무.

가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뒤를 돌아보는 나무,
한잎 두잎 붉고 노란 낙엽을 뿌리는 나무,
수북이 쌓인 잎새를 내려다보는 나무.

다시 겨울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이제 보니
나는 너를 닮았다.
개화산 사계절 나무들이 모두 내 모습이다.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들의 모임 한국의사시인회가 사화집(詞華集) ‘개화산에 가는 이유’를 출간했다. 한국의사시인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창립 10주년과 열번째 사화집의 출간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사화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에는 한국의사시인회 회원 34명 중 의사 시인 18명(유담, 김호준, 홍지헌, 한현수, 김기준, 김세영, 송명숙, 박언휘, 김경수, 권주원, 최예환, 김승기, 김연종, 주영만, 서화, 조광헌, 박권수, 정의홍)의 주옥같은 시 54편이 ‘시인의 말’과 함께 실렸다.

초대회장을 지낸 명예회장 유담 시인은 축사에서 “시인은 인간의 영혼을 치료하는 사람이고, 의사는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사람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은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된 사람일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의사시인회는 가장 아름답고 이성적인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화집은 만물의 공동터전인 이 지구촌을 살리고, 모두가 다 같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의사 시인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합창”이라고 덧붙였다.

홍지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창작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시인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시인 겸 방송작가인 이병률씨가 참석해 “시란 그리움이 쌓여 글로 나타나는 것이고, 마음속의 결핍을 메우고 이상향을 향한 회귀의 과정”이라며 “한국의사시인회 시인 여러분들은 의사라는 직업적 환경으로 다른 이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독특한 감성적 언어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번 제10집 사화집의 제목은 홍지헌 시인의 시 ‘개화산에 가는 이유’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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