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1900원대 휘발유 속속 등장
전문가 "이번 주 국제유가 추이가 가늠자"
상반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기름값이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정부가 시행한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맞물려 국내 기름값의 선행지표인 국제유가도 크게 떨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내내 상승한 기름값이 더 떨어질지, 숨 고르기만 마친 뒤 다시 오를지는 이번 주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리터(L)당 2,100원을 상회하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9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37%까지 확대 적용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가격(2,144원)에 비해 50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경유도 지난달 30일(2,167원)보다 30원 이상 떨어진 2,13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자영주유소들 사이에서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기름을 팔기 시작하고 국제유가도 떨어져 당분간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다만 지난주 말미에 다시 고개를 든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유류세 인하 확대 시행 이후 기름값 하락 폭이 소비자 기대만큼 크진 않지만, 시장에선 이번 달 말까진 기름값이 꾸준히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 배경이다.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된 주유소가 더 늘어날 예정인 데다, 이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평균 휘발윳값이 2,144원에 거래되고 있는 서울에선 지난주까지 보기 어려웠던 L당 1,900원대 휘발유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뉴신정주유소(알뜰)와 강서제일셀프주유소(현대오일뱅크 직영)가 L당 1,955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전체 주유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주유소가 유류세 인하 전 비싼 값으로 구매한 기름을 어느 정도 소진한 만큼 자영주유소들도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된 기름을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팔면 전국 평균 기름값은 더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국제유가 반영되는 2, 3주 뒤까지 하락할 수도"
국내 기름값의 선행지표가 되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인 점 역시 호재로 보인다. 지난달 8일만 해도 122.11달러에 거래됐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그러나 이달 들어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의 요인으로 점점 하락하더니 지난주(6일) 98.53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추이가 보통 2, 3주 뒤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거란 관측이 우세한 이유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에서의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소식은 중국의 재봉쇄 우려를 키웠다"며 "러시아의 원유생산 차질량이 예상보다 적다는 점과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의 원유들이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서 팔리고 있다는 점도 유가 하방 압력을 높였다"며 국제유가 하락 요인을 짚었다.
다만 "전 세계 오일, 가스 기업들의 구조적 투자 감소에 따른 예비생산 능력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유가 하방선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2008년과 같은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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