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장신 엘레나 리바키나(세계 23위·카자흐스탄)가 시속 193㎞의 강서브로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온스 자베르(2위·튀니지)는 자신의 장기인 정교한 샷과 네트플레이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졌다. 리바키나가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카자흐스탄 테니스 역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리바키나는 9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베르에 2대1(3-6 6-2 6-2)로 역전승 하며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200만 파운드(약 31억3,000만원)도 그의 몫이었다. 아울러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카자흐스탄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까지 남녀를 통틀어 카자흐스탄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적은 없었다.
2018년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을 바꾼 리바키나는 지난해 프랑스 오픈 8강에서 탈락한 게 종전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다. 1999년 6월생으로 만 23세인 리바키나는 2011년 만 21세의 나이에 단식 우승을 한 페트라 크비토바(26위·체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리바키나는 시상식에서 “많이 떨렸지만, 좋은 결과로 경기를 끝내 너무 행복하다”며 “지난 2주 동안 열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상대 코트의 자베르 역시 8강(2020년 호주오픈·2021년 윔블던)이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이던 자베르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자베르가 이날 이겼다면 '아랍 선수 최초 메이저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자베르는 리바키나의 ‘비너스 로즈워터 디쉬’를 바라보면서 “다음에는 내 것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쉬워했다.
둘 다 메이저 결승 무대는 처음이었지만, 1세트는 리바키나보다 5살 많은 자베르가 더 안정적으로 풀어갔다. 자베르는 장기인 정교한 샷과 네트플레이로 리바키나를 흔들며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아갔다. 반면 리바키나는 주무기인 서브가 말을 듣지 않아 고전했다. 결국 자베르가 리바키나의 두 번째, 다섯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따냈다.
리바키나는 그러나 2세트부터 서브 영점을 제대로 잡고 자베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최고 시속 193㎞의 강서브에 정교함이 더해지자 자베르는 힘겨워했고, 리바키나가 여유있게 세트를 가져갔다. 기세가 오른 리바키나는 3세트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