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원전' 발표 후 원전업계 '화색'
은행 대출 풀리고, 고용도 다시 늘어
원전 인력 급감..."더 과감한 지원" 주장도
전남 광주에서 원전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는 A사는 최근 직원 3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직원들 사이에선 "격세지감"이란 반응이 나왔다. 지난 5년 사이 이 회사 직원 수는 100명에서 5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여파로 일감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A사 대표는 "이런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며 "아무리 은행에 찾아가 호소해도 '(대출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는데, 최근에는 은행 직원이 먼저 찾아오더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을 폐기하고 '친원전' 정책을 공식화함에 따라 전국 곳곳의 원전 업체들이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과 생태계 복원 계획을 공개하자 원전 회사들은 다시 인력을 채용하고 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체마다 손실 규모가 적지 않고 인재풀이 약화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원전 직격탄 맞은 중소업체들 "5년 만에 채용 재개"
1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2일 △원전 협력업체에 연내 925억 원 규모 일감 공급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일감 추가 공급 등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뒤이어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원전 비중 확대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정부 지원은 특히 중소 협력업체들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대기업들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다른 친환경 산업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중소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상당수가 폐업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업체와 맺은 계약 건수는 2016년 2,786건에서 2020년 1,172건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와 계약을 한 협력업체 수는 320개에서 226개로 줄었다. 협력업체 3개 중 1곳은 문을 닫았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경남 창원에서 원전 부품을 제작하는 B사 대표는 "은행 대출이 일부 가능해졌고, 투자하겠다는 곳도 생기면서 업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정부 지원이 본격화하면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수년간 미룬 신입사원 채용도 재개하기로 했다. 예정 인원은 6명이다.
원전 인력 줄어 '채용난'... "직접 지원 늘려야" 주장도
다만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많지 않다. 원전 산업체 인력이 2017년 2만1,682명에서 2020년 1만9,019명으로 줄어서다. A사 대표는 "과거에는 채용 공고가 뜨면 경쟁률이 최소 4, 5대 1이었는데 지금은 경쟁이 거의 없다"며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텐데 충분하게 채워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좀 더 과감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전 업체들이 몰려 있는 창원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은 주된 산업이 위기에 처해 지역경제 여건이 악화된 곳에 각종 조세특례와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경남 김해의 한 원전 부품업체 C사 대표는 "조선업 위기 때 정부가 거제, 진해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해 기업 회생을 도왔던 것처럼 원전 업계도 보다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령 원전 업체가 투자를 결심했을 때 30~40%를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해야 생태가 복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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