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대 애널리스트가 보는 하이마트 부진
국내 가전양판업계 1위 롯데하이마트의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해,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업계 1위가 다른 업체들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통·소비재 분야에서 수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혔던 베테랑인 박 연구원은 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하이마트가 경쟁자들에게 야금야금 점유율을 잠식 당하는 현상을 문제로 봤다.
오프라인 가전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하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만 해도 44.3%에 달했다. 그러나 비스포크와 오브제 등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운 디지털 플라자(삼성)와 베스트숍(LG)이 점차 입지를 넓혀가면서, 지난해 하이마트의 점유율은 33.7%까지 떨어졌다. 디지털 플라자(33.0%)와의 격차가 17%포인트에서 4년 만에 1% 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진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하이마트는 결국 경쟁업체들과의 싸움에서 실력 발휘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를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하이마트가 위기를 타개하려면 부실 점포 폐점과 기존 점포 효율화 등 적극적인 점포 구조조정으로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롯데마트에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입점해 있는 하이마트 점포를 구조조정해 유통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의 지분 65%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이마트의 자체 경영 판단에 따라 숍인숍 점포를 폐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마트 다수 지점은 통상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입점해 있어, 롯데마트에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대주주인 롯데마트가 하이마트에 저가 임대 혜택을 주면,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돼 임대료를 깎아 주기도 어렵다.
하이마트 실적이 롯데마트 실적과 연동된다는 점도 문제다. 롯데마트를 방문하는 소비자 유입이 줄면 하이마트로의 유입도 함께 감소한다는 얘기인데, 롯데마트는 최근 대형마트 시장에서 이마트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현재 하이마트 점포 417개(올해 7월 기준) 중 별도의 점포가 아닌 롯데마트에 입점한 숍인숍 점포는 89개다. 2017년엔 숍인숍 점포가 109개에 달했지만, 롯데마트 폐점에 따라 자연감소했다. 다만 롯데마트 폐점이 주춤하면서, 하이마트의 점포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롯데마트에 입점한 하이마트는 말하자면 아빠(모회사 롯데마트)가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간 점포"라며 "전략 기지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점포인데도 여태까지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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