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납품업체 압박해 수천만 원 갈취…산업은행 직원 1심 실형

PC 납품업체 대표 협박해 2,800만 원 뜯어내
1심서 징역 10개월·추징금 800만 원 선고

산업은행 전경. 한국일보DB

중소 컴퓨터 납품업체 대표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산업은행(산은) 직원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뇌물수수·공갈 혐의로 기소된 산은 직원 A(56)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와 공모한 위탁 외주업체 직원 B(50)씨에게는 징역 6개월과 추징금 2,000만 원이 선고됐다.

A씨는 컴퓨터 유지 및 보수 업무를 과도하게 시킬 것처럼 압박해 PC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2018년 4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지하창고 사무실에서 현금 8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B씨와 공모해 '컴퓨터 장애를 우리가 해결했으니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반품하거나 납품을 지연시키겠다'면서 B씨 부인 명의 계좌로 2,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PC 납품업체 대표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A씨가 급하게 써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고 돈을 주지 않으면 기존에 납품한 컴퓨터에 대해 과도하게 유지 보수 업무를 시킬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심적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공적 성격이 강한 한국산업은행의 직원으로서, 업무 관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해자를 압박해 뇌물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