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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혈압약ㆍ운동ㆍ술 3가지 겹치면 ‘저혈압’ 위험

입력
2022.07.10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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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을 하는 Y(59)씨는 얼마 전 주말 고교 동창들과 근교 산에 올랐다. 평소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그는 그날 아침에도 약을 챙겨 먹었다.

날씨는 더웠으나 친구들과 땀 흘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랐다. 한 친구가 막걸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산행 중 술이 위험하다는 말이 기억났지만 친구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서 오이를 안주 삼아 두 잔을 연거푸 받아 마셨다.

잠시 쉬었다가 일어나는 순간, Y씨는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과 함께 주저앉을 뻔하다가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당황한 친구들이 Y씨에게 “하산하는 데 괜찮겠냐?”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답했지만 하산길이 더 조심스러웠다.

평소 혈압약 복용 덕분에 Y씨의 혈압은 정상인 120/80㎜Hg 안팎으로 잘 조절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을까? 혈압약 외에도 혈압을 낮추는 요소들이 있는데 더위, 운동, 술 등이다.

날씨가 더우면 혈압은 내려간다. 그래서 여름에는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이 상대적으로 잘 조절된다. 운동과 술도 혈압을 떨어뜨린다. 높은 기온과 운동, 술 모두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춘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하고 낮에 기온이 오른 상태에서 운동하고, 술까지 마시면 4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혈압이 순간적으로 뚝 떨어져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저혈압 증상을 심하게 겪지는 않지만, 일부는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다. 기립성저혈압의 증상인 두통, 목이 뻣뻣함, 전신무력증, 어지럼증, 현기증,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운 느낌 등이다.

여름철 4가지 요인이 겹친 저혈압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도 “무척 어지러웠다” “핑돌았다”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등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하다.

고혈압 환자들은 주로 겨울에 혈압이 높아지는 것만 걱정하는데, 여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단지 혈압이 높기만 한 게 아니라, 혈압 변동 폭도 크다. 즉 혈압이 너무 높아지거나 너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과음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특히 산행 등 운동할 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도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장시간 서 있거나 걷지 말고 중간에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혈압약이 아닌 일부 약물 중에서도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 등도 확인해봐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끈적해져 혈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더위 속에 있다가 찬물에 바로 들어가서는 안 되며, 찬물 샤워도 피하는 것이 좋다.

더운 날 운동하다가 저혈압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운동해야 한다면 의사와 상의해 혈압약 복용 시각을 운동이 끝난 후인 오후~저녁으로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임의로 혈압약 복용을 건너뛰면 안 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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