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쏘카 사용자, 운전기사 근로자' 성립 안 돼"
"법 피하면서 수익 창출" vs "재판부 판결 존중"
전·현직 쏘카 대표들 항소심 재판 재개될 듯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측이 운전기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한 행위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운전기사를 쏘카('타다' 모회사)가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8일 VCNC(타다 운영사)의 모회사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타다 전직 운전기사 A씨에 대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쏘카 부당해고 맞다" 중노위와 정반대 결론 낸 법원
A씨는 2019년 5월 VCNC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타다의 베이직 차량을 운행했다. 같은 해 7월 택시업계 반발과 '무허가 운송사업'이란 합법성 논란이 더해지자, 쏘카 측은 A씨를 포함한 운전기사 70여 명과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각하됐다.
중노위는 그러나 2020년 5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등 운전자에게 운행 매뉴얼을 제공한 것은 물론 근로조건까지 결정해 왔다는 점에서 쏘카를 실질적 사용자로, A씨를 고용 근로자로 판단했다. 계약 해지 역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게 중노위 결론이었다.
쏘카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운행 매뉴얼은 서비스 운영과 관련한 기초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근무시간과 지역 등 핵심 근로조건을 운전기사가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근로계약 관계로 봐선 안 된다고 반박한 것이다.
법원은 쏘카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재판부는 "타다 운전기사와 쏘카 사이에는 운전 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대리운전 계약을 체결했을 뿐"며 근로기준법상 타다 운전기사가 실질적으로 쏘카와 근로제공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 가이드라인은 용역 계약에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장치로 양측이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는 점, 타다 운전기사 채용 과정에서 쏘카의 지시 및 감독 없이 협력업체의 독자적 모집 절차를 거친 점을 들어 쏘카를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관련 법리를 적용하는 건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공유경제질서 출현에 따른 다양한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타격만 생각" vs "판결 존중"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쏘카가 제공한 차량을 타고 VCNC가 개발한 앱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갖춰야 할 복장과 고객에게 해도 되는 말, 맞춰야 할 라디오 주파수까지 꼼꼼하게 정해져 있었다"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구 국장은 "이런 사람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누가 근로자인가"라며 "법원이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경영 모델을 만드는 위대한 일을 하셨다"고 비꼬았다.
'타다는 불법인가' 항소심 재개될 듯
쏘카 측은 한시름을 덜게 됐다. 패소했다면 A씨는 물론 계약을 해지했던 1만 명 이상의 타다 운전기사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쏘카 관계자는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잠시 중단됐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현 쏘카 대표에 대한 항소심 재판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등은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사업용 차량으로 유상 여객운송을 할 수 없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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