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핵심매장도 발걸음 드문드문
코로나 특수 끝나자 분기실적 적자전환
삼성·LG 프리미엄 제품 일괄구매도 이유
"냉장고를 직접 보고 사려고 왔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가격을 보고 온 제품은 단종됐다고 해요. 그냥 온라인 주문할까 합니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 본보 기자와 마주친 A(66)씨는 "직접 물건도 보고 사은품이라도 챙겨주겠다 싶어 왔지만, 직원도 별로 팔 생각이 없어 보였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6층짜리 이 매장은 에어컨을 둘러보는 몇몇 손님을 제외하고는 썰렁한 분위기였고, 방문 고객도 대부분 60, 70대였다.
같은 날 오후 하이마트 특화 매장인 잠실 '메가스토어'를 찾았지만, 여기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7,431㎡(2,248평) 규모 초대형 매장인 이곳은 △대형 브랜드관 △각종 체험공간 △카페 등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음에도 한산했다. 가상현실(VR) 체험존이나 청음실, 드론 체험장에도 사람이 없어 체험형 매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바로 옆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이 북적이는 모습과 딴판이었다.
하이마트 2분기 연속 영업적자
하이마트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가전양판점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오프라인 위주 기업의 매장 풍경이 이럴진대 실적이 좋기는 어렵다. 시장점유율 1위(33.7%)를 유지하곤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엔 적자폭이 82억 원으로 커졌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실적 부진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特需)가 끝난 탓이다. 가전은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품목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전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6%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33.7% 감소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구재인 가전은 소비심리가 살아나거나 이사·결혼 수요가 발생해야 매출도 는다"며 "업황 자체가 나빠 자체 혁신만으로 상황을 돌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 이유는 매출을 지속적으로 빼앗아 가는 온라인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 가전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전체 소매판매액 대비 온라인 거래액)은 2020년 이미 50%를 넘었다. 그나마 오프라인 비중이 높았던 가전시장도 온라인 쪽으로 확연하게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다. 이는 대규모 고정 비용을 투입해 임대료가 비싼 시내에서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가전양판점에는 직격타다.
삼성·LG 상대로 가격 깎기도 어려워
적극적 최저가 정책으로 상황을 타개하기도 어렵다. 하이마트가 파는 품목 중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중은 약 60%인데, 두 회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마트는 국내 최대 가전양판점이지만 세계 최대 가전회사(삼성·LG)를 상대해야 한다"며 "이들과의 싸움에서 하이마트가 물건값을 함부로 깎을 수는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유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디지털플라자(시장점유율 33.0%), 베스트샵(25.7%)을 운영 중이다. 최근 혼수가전 시장을 보면 고객들이 브랜드 전용 매장이나 백화점에서 삼성 비스포크나 엘지 오브제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체 가전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래저래 가전양판점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하이마트는 적극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부진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462개에 달했던 점포는 현재 417개로 줄었다. 매출이 부진한 중소형 점포들을 없애고, 신규 출점도 줄일 예정이다. 다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80%가 오프라인에서 나오는 만큼, 장사가 잘되는 전략점포에 대한 투자는 늘릴 계획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가전양판점의 궁극 목표는 판매지만, 저희는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기존 중소형 매장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나오는 체험형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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