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5시 기준 9만2990㎿... 역대 최대
2018년 7월 폭염 때보다 512㎿ 초과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 등 카드 써야 할 수도
정부 "아직은 큰 문제 없는 상황... 예의주시"
사상 첫 '6월 열대야' 등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7일 최대전력 수요가 2018년 최악의 폭염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안 그래도 예년 수준을 웃도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넉넉하지 않은 예비전력 수준에 2011년 9월처럼 예비전력이 '0'이 되는 '블랙아웃'(대정전) 악몽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5시 9만2,990메가와트(㎿)의 역대 최대전력 수요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대전력 수요는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 7월 24일의 9만2,478㎿를 512㎿ 뛰어넘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9만1,938㎿로, 지난해 여름 최고치인 7월 27일 오후 6시의 9만1,141㎿를 797㎿ 초과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여름 절정으로 예상했던 다음 달(8월) 둘째 주의 최대전력 수요 전망(9만1,700~9만5,700㎿)에 한 달 이상 빨리 도달한 셈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기류의 유입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체감 온도가 33~35도를 넘는 등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게다가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박일준 차관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할 수도"
일부에선 정부가 예상한 최대전력 수요가 고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한 시점보다 한 달 이상 빠른 것을 두고 사상 두 번째 블랙아웃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예비전력은 6,726㎿였고, 공급예비율은 7.2%였다. 보통 10% 이상 유지돼야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공급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특히 기상청은 올여름이 '역대급'이었던 1994년과 2018년에 버금갈 정도로 무더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다가 더위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랙아웃은 2011년 한 차례 있었다. 추석 연휴 직후였던 2011년 9월 15일 뒤늦은 무더위에 급증한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어 전력 당국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일시 멈췄다. 그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졌다. 신호등이 꺼져 도로가 마비되고, 공장은 멈춰 서는 등 수백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날 서울경제가 주최한 '제15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전력 수요가 몰리는 다음 달 둘째 주 전력 예비율이 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2011년의 순환 단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전력 수급 상황이 예측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문제 없는 상황"이라며 "기상청 날씨 예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폭염이 지속되면 현재로선 사실상 별다른 도리가 없다. 한 발전 기관 관계자는 "전력 공급량은 짧은 시간에 조정하기 쉽지 않다"며 "무더위가 이어지면 결국 전기를 안 쓰거나 덜 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