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형제 감독 대결 아무 느낌 없다... 이겨야 할 팀 중 하나일 뿐" 감독 맞대결 앞둔 쌍둥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형제 감독 대결 아무 느낌 없다... 이겨야 할 팀 중 하나일 뿐" 감독 맞대결 앞둔 쌍둥이

입력
2022.07.09 04:30
20면
0 0

조상현 LG감독·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인터뷰

한국 프로농구 사상 첫 형제 감독 대결을 앞둔 조동현(왼쪽)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조상현 창원 LG 감독이 1일 경기 용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새 시즌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국 프로농구 사상 첫 형제 감독 대결을 앞둔 조동현(왼쪽)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조상현 창원 LG 감독이 1일 경기 용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새 시즌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사진 찍을 때 손으로 장난치는 게 대학생 때랑 똑같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자세 좀 잘 잡아.”(조상현 창원 LG감독)

지난 1일 경기 용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조상현·동현(46) 감독이 사진 촬영 중 포즈를 잡다가 티격태격했다. 1990년대 후반 연세대 선수로 농구대잔치 흥행을 이끌었던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마추어 시절엔 팀 동료로, 프로 시절엔 적수로 30년 넘게 코트 위에서 살을 비빈 일란성 쌍둥이가 다음 시즌 감독으로 맞붙는다. 조상현 감독은 올해 4월, 조동현 감독은 올해 6월 각각 LG와 현대모비스 감독으로 선임됐다.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첫 형제 감독 대결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이색 기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조상현 감독은 “솔직히 아무 느낌이 없다”며 “(조동현 감독은) 10개 팀 감독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 역시 “상대팀 감독이 조상현이라고 특별한 건 없다”며 “기본적으로 ‘이겨야 되는 감독’이 아니라 ‘이겨야 하는 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은 서로를 의식하기보다 ‘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첫 지휘봉을 잡았던 당시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 듯했다. 특히 조동현 감독은 2015년부터 세 시즌간 부산 KT(현 수원 KT)를 이끌면서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정규시즌 성적은 각각 7위, 9위, 10위였다.

조상현 감독은 지난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첫 감독직을 수행했지만, 같은 해 6월 2021 FIBA 아시아컵 필리핀 전에서 연달아 패해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이후 코로나19 등의 변수로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불참하면서 지도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씁쓸한 맛이 남은 초임 감독 시절이지만, 두 감독은 당시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둘 다 큰 틀에서 ‘빠른 농구’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양 팀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훈련 방향성과 세부적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조동현 감독은 “기본적으로 트랜지션(빠른 공수전환)의 강점을 살릴 계획이고, 동시에 리그 5위인 슛 성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미 선수들에게도 “필드골 성공률 50% 언저리로는 1등 못한다. 60% 이상으로 올려라” “3점 슛 성공률이 40%를 넘으면 무조건 경기를 뛸 수 있다” 등 숙제와 동기부여도 전달했다. 전통의 강호인 현대모비스 수장답게 지난 시즌(정규 4위·플레이오프 6강)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조상현 감독은 보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리바운드를 잡아야 속공을 할 수 있듯이 빠른 농구를 하려면 기본이 확실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안 된 선수에게는 페널티(뜀박질)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감독이 초임 시절 비판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세대교체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조동현 감독은 드래프트에서 허훈(27·상무)과 양홍석(25·KT)을 뽑아 팀 리빌딩의 기틀을 닦았고, 조상현 감독 역시 이현중(22·미국 데이비슨대) 여준석(20·고려대) 하윤기(23·KT) 등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이 때문에 두 감독에게 새 선수 발굴을 기대하는 농구팬들도 있다.

조동현(왼쪽) 감독이 새 시즌 팀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형인 조상현 감독은 동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조동현(왼쪽) 감독이 새 시즌 팀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형인 조상현 감독은 동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실제로 조상현 감독은 팀 내 젊은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LG는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못 들어갔다”며 “결국 팀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몇 년간 경기에 못 나갔던 어린 친구들이 성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6월 말 연습경기를 시작할 테니 몸 상태를 70% 이상 만들어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벌써 연습경기를 세 경기나 치렀다.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조상현 감독이 직접 선수를 지도하기도 한다.

서로의 감독 선임 소식에 “축하한다” “고맙다” 단 7글자의 문자메시지만 주고받은 무뚝뚝한 쌍둥이지만, 인터뷰 말미에 형제에 대한 응원과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조동현 감독은)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워낙 잘 배워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요. 다만 감독은 평가를 받는 직업이라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건강 잘 챙기면 좋겠어요.”(조상현)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잘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르면 좋겠어요. 같이 재밌는 농구 펼쳐서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조동현)

박주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