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성장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였는데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지난 3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파크 오픈 최종라운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8번홀(파5·481m)에서 나온 신인 윤이나(19)의 ‘투온’이었다.
챔피언조에서 선두 임진희(24)를 2타 차로 추격하던 윤이나는 241m의 드라이브 샷 이후 핀까지 228m가 남아있었지만 과감하게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오르막이 심하고 그린 바로 앞에 벙커가 있어 실제 240m 이상 보내야 그린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윤이나의 거침 없는 스윙에 공은 핀을 7m나 지나가 멈춰 섰다.
비록 임진희가 세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이면서 윤이나의 투온 작전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잠깐이나마 연장 승부를 떠올리게 만든 한방이었다. 쫓기던 임진희 역시 우승 후 “이 대회를 5차례 나왔지만 18번 홀에서 투온은 처음 봤다. 진짜 무서웠다”고 말할 정도로 상대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줬다.
윤이나는 역전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4홀 연속 버디와 18번홀 투온 등 마지막까지 끈질긴 추격전으로 올 시즌 최고 성적인 2위에 오르며 골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등학생인 윤이나는 6일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전화통화에서 “18번홀 전부터 ‘투온 시도를 해보자’하고 혼자 생각을 하고는 삼촌(캐디)이랑 상의를 했다”면서 “3번 우드로 230m 정도를 보내는데 오르막이라 240m 이상은 쳐야 해 평소보다 더 강하게 스윙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KL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 거리 264야드(241.40m)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장타자다. 평소 드라이버로 240~250m를 보내지만 작심하고 치면 이보다 10m 이상 더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윤이나는 정규 투어 데뷔 전인 지난해 6월 점프투어(3부)에서 장타를 앞세워 한 라운드 동안 이글을 3차례나 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윤이나는 초등학교 시절 국내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장타자 김봉섭(39)에게 골프를 배웠고 지금은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지낸 오세욱 코치 지도로 ‘지면 반력’을 적극 활용하는 스윙을 익혔다. “어렸을 때부터 세게 공 치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본인의 장타 비결에 대해 “팔에 힘을 빼고 다운스윙 때 지면을 밟는 느낌으로 스윙을 하고 있다”면서 “팔에 힘을 주고서는 헤드 스피드가 나지 않아 더 멀리 공을 보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윤이나는 최종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2타나 까먹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홀에서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임진희와 연장 승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윤이나는 “챔피언조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부담감이 커 초반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후반에 다시 차분하게 경기를 해보자 생각하면서 잘 풀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홀 투온 얘기를 하며 칭찬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3라운드를 돌아봤다.
국가대표와 드림투어(2부) 상금왕 출신인 윤이나는 ‘대형 신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2개 대회에서 3위와 2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이나는 “팬들의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것이 시즌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잘 이뤄나가고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많은 경험을 쌓고 잘 다져서 흔들림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