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쿠팡 플레이 '안나' 관련 인터뷰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 부각…나의 일부분 반영됐다"
배우 정은채가 자신의 해석법으로 악역을 표현해냈다. 인물을 찬찬히 접근한 덕분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정은채는 찬찬히 인물을 연구하면서 특유의 해사함을 캐치하고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7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은채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싱글라이더'의 연출을 맡았던 이주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중 정은채는 예일 대학 출신의 재벌 2세의 현주를 맡았고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뽐냈다.
이날 정은채는 "작품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기대가 됐다. 주변 반응 등을 통해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은채가 맡은 현주는 전형적인 악역과 다르다. 악의 없이 누군가에 박탈감을 선사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정은채에게 이번 캐릭터는 새로운 도전이자 좋은 경험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극의 긴장감이 잘 먹혔다면 성공적인 캐릭터죠. 다만 전 처음부터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안나' 속 모든 인물들은 인간의 단면, 부끄러운 부분을 다 가지고 있어요. 현주는 그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현주의 모습을 보고 끝까지 밀어붙이고 확신할 수 있었단다.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정은채는 캐릭터에 대한 반응은 인정했다. 그 역시 현주를 "살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라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또 누구를 대해도 흔들림 없이 눈을 마주치고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들 등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조각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학파, 이주영 감독이 추가한 설정
정은채는 지난 2013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진출한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부산 영화평론가 협회상·한국 영화평론가 협회상·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또 영화 '역린' '더 테이블' '안시성',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 '리턴' '손 the guest' '더 킹: 영원의 군주' '파친코'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배려도 악의도 없이 오직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며 사는 현주를 만난 정은채는 진지한 톤의 전작들과는 상반되는 즉흥적이고 해맑은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이주영 감독은 정은채의 실제 성격 중 쾌활하고 천진난만한 부분을 캐치해 인물에 부여했다. 현주가 더욱 현실감 있는 인물로 부각시키기 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가 미술을 공부하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게 현주 캐릭터 설정으로 들어갔어요. 4, 5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주영 감독님이 제 실제 모습을 많이 담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처럼 현주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드러내요. 그 시기의 제가 읽었던 시나리오 중에서 단연 돋보였어요. 대본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이 작품이 꼭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울러 그간 정은채가 작품으로 선보였던 결과 '안나'와 현주가 달랐던 점도 도전의 주안점이 됐다. 그는 이미 선보였던 캐릭터를 반복해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겠지만 답습을 피하는 편이란다.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용기와 도전은 정은채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
얄미우면서도 공감 가는 캐릭터, 닮은 점은 NO
극중 현주는 이미 많은 것을 가졌고 항상 부유함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정은채는 현주의 인간적인 면에 포커싱 했고 이는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정은채는 캐릭터를 접근하는 방식을 전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는 "호감과 비호감은 한 끗 차이다. 연기를 하면서 그런 포인트를 잘 건드린다면 얄밉기도 하지만 공감이 되는 인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주는 과하지 않고 오히려 합리적이다. 닮은 점은 전혀 없다. 처음부터 선을 넘었다.(웃음)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는다. 오로지 표현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현주를 보며 정은채는 부러운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걸 해소하면서 연기한 적이 없어서 자유롭고 시원했다"고 밝힌 정은채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면들이 강하게 부각됐다. 대중에게 이런 톤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포부를 다졌다.
"현주로 보편적이지 않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여성이니 여성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요. 작품 캐릭터를 보고 이입이 빠르게 된다는 것은 연기적으로 '지름길' 같아요. 이해를 하고 좋아하면 연기가 편안해져요."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에 정은채는 "작품 속 대부분 수지와의 작업이다. 제가 대화를 주도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리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시도했다"면서 "덕분에 감독님이 유미가 현주를 만났을 때 다 다른 리액션이 좋다고 칭찬했다. 우리 둘은 그런 호흡이 잘 맞았다. 수지가 '안나'를 선택한 게 좋은 선택이었다. 수지는 더 궁금해지는 배우다"라고 언급했다.
"대중은 예전만큼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아요. 또 단순한 캐릭터들을 좋아하지도 않죠. 단면적인 인물이 입체적으로 표현됐을 때 사람들은 환호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면 더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를 시작할 때 늘 자신감보다는 고민이 많아요. 그렇지만 감독님을 믿고 몸을 던지려고 하는 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게 변주를 주면서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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