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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돈 되는 곳보다 선한 곳에 먼저 쓰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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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돈 되는 곳보다 선한 곳에 먼저 쓰여야죠"

입력
2022.07.08 1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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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구 '이큐포올' 공동대표 인터뷰]
"청각장애인에 한국어 외국어나 마찬가지"
"기회의 불평등 '기술'로 해결하는 데 보람"
"장애인 돕는 프로젝트, 도전은 계속된다"

이인구 이큐포올(EQ4ALL)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회사 이름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인구 이큐포올(EQ4ALL)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회사 이름을 수어로 표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발전한 기술이 돈 되는 곳보다 ‘선한 곳’에 먼저 쓰여야죠.”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구(48) ‘이큐포올(EQ4ALL)’ 공동대표의 말이다. 대학에서 금속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1998년 삼성SDS에 입사한 뒤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카세야 한국지사장, 나그라 북아시아 지사장을 연이어 지냈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2017년, 돌연 소셜벤처(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기업) 이큐포올을 설립했다. 남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에겐 평소 소신을 실천한 것뿐이었다.

이 대표는 “사회적 약자와 그렇지 않은 구성원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기술”이라며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보다 ‘누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 이큐포올도 ‘Equity for All(모두에게 공정한 사회)’에서 따왔다. 격차를 줄여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2018년 내놓은 ‘수어(手語) 번역 아바타’는 이런 신념의 산물이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한글 문장을 3차원(3D) 아바타 수어 영상으로 번역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가령 수서발(發) 고속철도(SRT)에서 재난 대피 상황이 발생하면 청각장애인 탑승객은 한글 대응 지침과 이를 수어로 번역해 주는 아바타 영상이 함께 담긴 푸시 알림을 받게 된다. SRT 외에 고요한M 택시, 일부 박물관 등에도 도입돼 있다.

덕분에 청각장애인들은 아바타 수어를 보며 재난 대피부터 일상생활과 전시 해설까지 다양한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한 공을 인정받아 최근 정보문화의 달 대통령 표창도 수상했다.

이인구 이큐포올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청각장애인을 돕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인구 이큐포올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청각장애인을 돕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그는 성공적 기술 개발이나 수상보다 청각장애인들의 문해력 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국어는 음성 기반 언어잖아요. 소리를 아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배우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청각장애인에게 한국어는 우리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질 겁니다.”

이 대표는 최근 ‘온 가족 수어 교육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청각장애인의 90% 이상은 비(非)장애인 가정에서 태어나는데, 가족이 함께 수어를 배우지 못하면 장애를 가진 아이는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발달도 늦을 수밖에 없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농아가족 마흔 가구에 플랫폼을 설치했는데, 한 어머니가 ‘드디어 딸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펑펑 우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후속 프로젝트로 비슷한 발달장애아를 모아 맞춤 수업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 구현을 구상 중이다. “불평등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도전은 계속될 겁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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