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질의응답서 사퇴 요구 일축
장관·부장관·차관 등 사퇴 잇달아
‘부적절 인사’와 ‘거짓 해명 논란’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내각과 정부 부처에서 고위직을 맡은 의원들이 존슨 총리를 비판하며 줄줄이 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간) 매주 수요일마다 하원에서 진행되는 ‘총리 질의응답’에 참석해 야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 동료 의원들로부터도 “사임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총리의 직무는 막중한 전권을 위임받은 만큼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존슨 총리는 앞서 의회에 도착했을 당시 기자들이 사임 의사가 있는지 물었을 때에도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후 정부 정책과 결정을 검토하는 하원 연락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무도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며 또다시 사임 여론을 물리쳤다.
존슨 총리는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이 과거 성추행 문제를 일으킨 사실을 알고도 올해 2월 그를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의혹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핀처 의원의 성 비위를 몰랐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수차례 말을 바꿔 ‘거짓 해명 논란’을 자초했다.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는 5일 “나쁜 실수였다”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존슨 총리 사과 발표 직후 ‘내각 쌍두마차’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했다. 곧이어 알렉스 초크 법무차관을 비롯해 장관 보좌 의원 4명, 빔 아폴라미 보수당 부의장 등 내각과 당에서 하룻밤 새 10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6일에도 빅토리아 앳킨스 법무 부장관, 윌 퀸스 아동가족 담당 부장관, 로빈 워커 학교 담당 부장관, 스튜어트 앤드루 주택 담당 부장관, 조 처칠 농업혁신 및 기후적응 담당 차관 등이 사임 행렬에 합류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5, 6일 이틀간 장관과 부장관, 차관, 장관 보좌 의원 등 총 38명이 사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당에서도 존슨 총리 불신임론이 거세지면서 존슨 내각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음주 파티를 벌여 물의를 빚은 이른바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지난달 초 진행된 당내 신임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어렵사리 자리를 보전했다. 당규상 신임투표가 한 번 실시되면 12개월간 재투표가 불가능하지만, 이번에 규정을 변경해서라도 다시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름 휴정기에 들어가는 이달 21일 이전에 투표를 하자는 구체적 계획까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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