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교육청 "직접 원인 아냐" 판단에도
법원 "정신건강 악화, 업무 스트레스 맞다"
교장의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행정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지난달 21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8월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에서 교육실무사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2017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학교장 B씨의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고,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하거나 스마트폰에 기록했다. A씨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했고, 서울시교육청에는 민원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극단적 선택의 직접적 원인을 B씨의 언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인권위는 'B씨가 평소 교직원들을 상대로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진술을 여럿 확보했지만, △A씨 유서에 B씨에 대한 언급이 없고 △A씨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던 사실에 무게를 뒀다. 서울시교육청 또한 "A씨가 B씨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9월 두 기관의 판단을 토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정신건강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은 (B씨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라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는) 평소 A씨뿐 아니라 정당한 업무 지시 과정에서 폭언이나 욕설,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듣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며 "A씨는 B씨와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출근시간을 조정하는 등 심각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