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주식·코인 손실금' 청산가치 배제
'빚투 조장' 논란 커지자… 전문가들 "사실과 달라"
회생 아니면 파산·채무회피 "조금이라도 빚 갚아라"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금을 변제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법원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자의로 투자해 잃은 돈까지 탕감해주는 것을 두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에 대해 "사행성 투기로 인한 손해까지 배려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투기를 조장하는 조치가 아니라는 게 법원 설명이다. 한국일보는 법원과 파산관재인, 개인회생위원들 설명을 종합해 이번 조치의 정확한 취지를 뜯어봤다.
①"사행성은 적용 안 돼요"
서울회생법원의 조치는 이달 1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개인회생 절차와 관련한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실무 준칙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개인회생은 빚 부담으로 경제적 파탄에 이른 채무자 중 향후 계속 수입이 예상되는 신청자를 구제해주는 제도다. 즉 일정 기간 빚을 갚으면 나머지를 면제해주는 구제책이다.
전문가들은 '청산가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산가치는 채무자가 당장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자산으로,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로 본 손해액을 청산가치에서 빼기로 한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과 가상화폐 자체를 '사행성(도박성) 자산'이 아니라고 본 것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도박성 투자를 면책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월 200만 원 소득이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그간 모아놓은 예금 2,000만 원과 대출금 3,000만 원 등 총 5,000만 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이후 비트코인이 폭락해 가치가 1,600만 원으로 줄어 들었고, A씨에겐 이자를 포함해 5,510만 원의 빚이 남게 됐다.
A씨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정 소득이 있지만, 예금을 뛰어넘는 대출금으로 무리하게 투자한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영끌' '빚투' 채무자들이 '손실금 탕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②'빚투'로 잃은 돈 모두 탕감해준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100% 탕감해주는 파산과 다르다. 채무자들에게 전체 빚의 40~60%를 갚도록 한다는 게 개인회생의 핵심이다.
다시 A씨를 예로 들면, 그의 청산가치는 준칙이 마련되기 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봉 2,400만 원에 비트코인 투자금 5,000만 원이 모두 반영돼 총 7,400만 원이다. 빚은 이자까지 포함할 경우 5,510만 원으로 청산가치가 채무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자산이 빚보다 많다고 받아들여져 A씨의 회생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파산 전문가들은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빚 굴레에 빠지거나, 극단적 선택 또는 도피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악으로 가는 길을 방지하는 게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라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인 박광흠 변호사는 "이번에 발표된 서울회생법원 준칙은 파산으로 넘어가는 채무자들이 생기는 경우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③주식·코인 가치 올라가면?
만약 주식이나 코인 가격이 회생 과정에서 급등하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개인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신청인은 냉장고나 세탁기 등 기초생활에 필요한 자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을 처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가상화폐와 주식은 회생절차에서 가장 먼저 처분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회생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더라도 신청인에게는 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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