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쏟아붓던 北, 한 달째 잠잠
'장마, 코로나19 상황 등 감안' 평가
과거 독립기념일 맞춰 미사일 도발
한미훈련 등 계기 도발 재개 가능성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북한의 도발은 없었다.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치 이벤트는 일단 넘겼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지만,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간 이례적으로 잠잠했다.
장마철 불리한 날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데이터를 측정할 장비가 호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5일 이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핵실험을) 당장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마가 끝나고 여러가지 상황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등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민심 수습이 더 시급하고, 올해 연이은 도발로 새로 내밀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도 도발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북한의 7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고강도 도발은 시점의 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아직은 우세하다. 정부 안팎에선 당장 이달 북한의 하계훈련 기간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미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한은 도발을 일삼곤 했다. 미국을 향해 긴장을 고조시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2006년 7월 4일(미국시간)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3개월 뒤 북한은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09년과 2017년, 2020년에도 독립기념일을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이에 올해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북한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5일까지 18차례 무력 도발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탄도미사일에 비해 저강도 무력시위로 간주되는 방사포 사격이 포착된 것은 이보다 1주일 후인 지난달 12일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행동 없이 일단 '말'로 도발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미일 군사 협력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연일 비난하고 있다. 외무성 기관 성명을 내거나 최선희 외무상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 수위조절에 신경 쓰면서도 추후 도발 재개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내달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북한이 한층 예민하게 반응할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북한이 코로나19 위기 해소 선언을 앞두고 있는 듯한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신규 발열자 수가 2,5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위기를 최종적으로 해소하고 방역에서 완전한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단계별 목표와 대책안들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악성 전염병 전파상황 관리지원체계'가 완성됐다며 사후 관리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위기 해소 여부를 떠나,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대외관계로 초점을 옮길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핵실험 감행은 어렵더라도 탄도미사일 등 카드는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강도 이상 도발을 한다면 한미일 군사적 공조 대응을 탐색하면서 미국과 담판을 준비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대북전단 살포 등 명분이 생기면 전방 지역 국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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