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기자간담회
5~8일 서울·대구·통영서 말러·프로코피예프
'엘 시스테마' 출신 라파엘 파야레 감독 취임 첫 투어
"아이들 꿈꿀 수 있게 엘 시스테마에 지속적 조력"
"연주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자 소통임을 자주 잊곤 했는데 관객을 만날 기회가 줄면서 새삼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어요."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캐나다의 명문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라파엘 파야레(42) 음악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음악과 관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파야레 감독은 "지난 2년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전처럼 투어를 다시 하게 돼 기쁘다"며 오랜만의 대면 연주회를 감격해했다.
파야레가 이끄는 몬트리올 심포니는 이날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선다. 몬트리올 심포니의 내한은 이번이 네 번째로, 켄트 나가노 음악감독 재임 시기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나가노에 이어 2021년 파야레가 취임한 후로는 첫 해외 공연이다. 5일 공연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6~8일 공연은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협연자다.
파야레는 음악의 기적을 몸소 보여준 음악가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에서 호른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파야레의 방한은 2008년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호른 연주자로, 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로 한국을 찾은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파야레는 엘 시스테마에 대해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게 해 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감사한 프로그램"이라며 "엘 시스테마에서 배운 끝없는 훈련과 노력은 음악뿐 아니라 내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엘 시스테마의 위상이 과거보다 못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엘 시스테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이 꿈을 꾸게 하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복잡한 상황으로 부침은 있지만 나를 비롯해 한 번 엘 시스테마의 일원이 된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엘 시스테마의 멤버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새로운 세대의 음악가를 키우려 돕고 있다"고 답했다.
마침내 성사된 대면 연주회가 감격스럽기는 파야레뿐 아니라 협연자인 선우예권과 힐러리 한도 마찬가지다. 2017년 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선우예권은 "오케스트라가 투어를 다시 시작하고 나 같은 솔로 연주자가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특별한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끝난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2회 연속 수상을 일궈낸 임윤찬에 대해 "훌륭한 연주자라고 항상 생각해 왔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3년 만에 내한한 힐러리 한은 "북미와 아시아는 지리적 위치도 역사도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국제적 언어를 통해 함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일본과 대만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추진되지만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만 4일간 펼쳐진다. "관객에게 제공하는 오마카세(맡김 차림)"라는 파야레의 설명처럼 서울의 양일 공연은 각기 다른 개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5일 선우예권과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버르토크·드뷔시 작품에 이어 6일 힐러리 한과 함께하는 공연에서는 말러 교향곡 5번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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