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 밸리 콘퍼런스 6일부터 개최
머스크·저커버그·쿡 등 대거 참석
이 부회장, 재판 일정 탓 못가는 듯
테슬라·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기업(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집합하는 미국 '선 밸리 콘퍼런스'가 6일(현지시간)부터 열린다.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 불리는 이 콘퍼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일정을 진행한다. 그러나 단골손님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 일정 등으로 인해 간만에 열린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 밸리 콘퍼런스가 뭐기에
선 밸리 콘퍼런스는 매년 7월 초 미국 아이다호주의 유명 휴양지 선 밸리에서 열리는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미국 투자회사 앨런앤컴퍼니(Allen & Company)가 1983년부터 열고 있는데, 초청받은 인사만 참석할 수 있다.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 거물, 유력 정치인 등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들만 참석하는 회의라, 참석자 명단 자체가 매년 화젯거리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사교의 장이지만, CEO들이 친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빅테크들 사이의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물밑 협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번 초청 명단도 화려하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팀 쿡(애플), 피차 순다이(구글), 마크 저커버그(메타), 리드 헤이스팅스·테드 사란도스(넷플릭스) 등의 CEO가 이곳을 찾는다.
'15년 단골' 이재용 부회장은 불참
한국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7년 국정농단 재판에서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여기서) 애플,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2014년 이 부회장은 이 곳에서 애플의 쿡 CEO와 만나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이 콘퍼런스에 불참한 만큼 올해만큼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으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 1심 등 거의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백인 남성 위한 행사' 비판도
올해 행사는 코로나19를 떨친 뒤 개최되는 첫 콘퍼런스지만, 최근 미국과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40년 만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덮친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 후 다시 침체기에 들어가는 더블딥 현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폭발적 실적 성장세를 실현했던 빅테크 기업 상당수는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고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다양성이 실종된 이 행사 자체의 필요성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는 "이 엘리트 이벤트에 참석하는 CEO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라며 "언론·연예계에서 차지하는 흑인들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흑인 사회는 (이 회의에서) 저평가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