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대리인·학계 등 12명으로 구성
"협의회 의견 수렴 후 정부가 최종안 마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4일 첫발을 내디뎠다. 최우선 임무는 오는 8, 9월로 예상되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 현금화 확정 판결 전 대안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는 것. 미쓰비시중공업 등 한국에 진출한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팔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오면 한일관계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게 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동 1차관 주재로 정부 관계자와 법률, 경제, 한일관계 전문가, 피해자 측 대리인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애초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회의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40분 가까이 진행될 정도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며 "열려있는 협의체인 만큼 인원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피해자와 일본 측이 모두 수용할 만한 묘안을 찾느냐 여부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력기구에서 구체적 안을 도출하기보다는 여기서 나오는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가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안은 크게 우리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한 뒤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위변제안,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기금조성안인데 모두 피고인 전범기업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피해자 측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각에선 일본 전범기업의 참여를 담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9년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일본 기업과 1965년 한일 수교 과정에서 대일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 기업(포스코 등), 그리고 양국 국민이 조성한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문희상안’을 발의했지만 이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정부가 대위변제나 기금조성안이라든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일본 피고 기업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길 원하고 있다.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날 회의 개최 직전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이 만나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며 일본 기업과 협상이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외교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성사되면 피해자 동의를 얻어 협상 기간에는 현금화 집행 절차에 대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끝났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만큼, 외교부가 양측의 직접 만남을 주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특히 현금화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사회에 '한국은 법이 안 통하는 나라'로 선전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에선 피해자 분들이 고령이라는 점과 현금화 판결이라는 두 가지 시한이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협의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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