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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社)맥 캐스팅을 아시나요'…고도화된 인맥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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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社)맥 캐스팅을 아시나요'…고도화된 인맥 캐스팅

입력
2022.07.06 09:15
수정
2022.07.06 09:5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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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권력과 한류의 양극화] ③공정과 경쟁 교란하는 기획사 권력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는 연예기획사의 막강한 힘으로 드라마 및 예능 제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KBS·MBC 제공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는 연예기획사의 막강한 힘으로 드라마 및 예능 제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KBS·MBC 제공

뮤지컬계에서 인맥 캐스팅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지만, 방송 드라마 업계에선 인맥 캐스팅이 더욱 고도화한 형태인 '사(社)맥 캐스팅'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

'사맥 캐스팅'은 한류 스타 출연을 구실로 해당 스타와 같은 기획사에 속한 다른 연예인을 프로그램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K콘텐츠 시장에서 기획사의 입김은 막강하다. 연예인의 활동을 총괄하는 매니지먼트사와 프로그램, 광고 섭외 등을 대행하는 에이전시가 분리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기획사가 두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기획사의 '끼워팔기' 요구를 방송사나 제작사가 거절하기 어려운 터라 자연스럽게 유착되는 배경이다.

현재 방송 중인 A 예능 프로그램엔 고정 출연진 10명 중 3명이 같은 소속사다. 다른 방송사에서 전파를 타는 B드라마엔 주연 배우와 같은 소속사 배우 두 명이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문화계에서 사맥 캐스팅 의혹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시각물_스타권력과 한류 양극화

시각물_스타권력과 한류 양극화


기획사의 연예인 끼워팔기를 '시장의 논리'로 바라보는 주장도 있지만 사안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끼워팔기 행태가 만연하면서 대부분의 드라마가 공개 오디션을 보지 않아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배우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소아 병동의 두 엄마로 나와 시청자를 울린 이은주, 이지현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양집사 역으로 활약한 김로사는 모두 대학로에서 활동하다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감독)의 눈에 띄어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당시 세 배우는 모두 소속사가 없었다. 세 배우는 모두 본보에 "드라마 오디션이 있다는 걸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알았다"며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획사 끼워팔기는 이처럼 오디션을 통해 연기력 있는 배우가 시청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으로 일종의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태인 셈이다.

소속사가 없는 배우가 유명 배우와 한솥밥을 먹는 배우보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 연예인 기획사는 수천 대 1의 경쟁을 통해 연습생을 발탁한 뒤 4, 5년의 데뷔 준비 기간을 거치도록 하는 K팝 기획사와 달리 소속 연예인을 훈련시키거나 공개 오디션으로 발탁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 소속 회사 즉 '간판'에 따른 사맥 캐스팅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획사들은 제작사에 대놓고 갑질을 하기도 한다. 지상파와 여러 드라마를 함께 만든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출연료 외 드라마 부가 수입까지 챙겨 가려고 기획사가 출연 배우를 앞세워 드라마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사맥 캐스팅이 '김수현 사단'과 '나영석 사단' 등과는 구분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흔히 '사단'은 작가나 PD, 감독이 특정 배우들과 계속 작업을 같이 하는 것으로 제작진과 배우 간 호흡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단의 부작용은 공정이 아닌 자기복제"라며 "사맥 캐스팅은 누군가의 출연 기회를 박탈할 수 있어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사단이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검증된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라면, 사맥 캐스팅은 콘텐츠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기획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위원은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제 브랜드 가치를 생각해 대형 기획사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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