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경기침체 가능성 제기
인플레 속 금리 인상, 경착륙 가능성↑
코로나 이후 또 경기악화로 '이중침체'
금리 안 올리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미국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최악의 물가상승으로 경제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경기가 급속히 냉각할 수 있다는 미 연방의회 산하 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이 경우 미국 경제가 40년 만에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경제, 연착륙보다 경착륙 가능성 커
2일(현지시간)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후퇴) 가운데 어디로 향해 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끝내고 연율 환산 기준 -1.6%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설상가상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말 이후 최대 규모인 8.6% 급등하면서 물가 급등에 경고음도 켜졌다. 결국 연준은 불붙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CRS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 경착륙(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연준은 금리를 올려도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경기 연착륙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아진 물가가 복병이었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탓에 연준이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그 결과 급격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그간 강력한 노동시장 회복을 근거로 ‘준(準) 연착륙(softish landing)’을 주장해 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말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CRS는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 후퇴는 장기간 금리 인상 후 일어났다”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에도 연준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을 예고한 만큼, 추가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더블딥이냐 스태그플레이션이냐
문제는 이 같은 경착륙이 이중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의 미국 경기 악화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발생한 만큼,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고꾸라지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더블딥이 현실화하면 19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 이후 40년 만의 일이 된다. 보고서는 “당시 인플레이션은 7%를 넘겼고, 그때도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수준으로 올리면서 경기 후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다는 점은 연준의 딜레마다. CRS는 연준이 경착륙 우려로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하면, 최악의 경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실업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당시 침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적중해 ‘닥터 둠(비관론자)’이란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역시 “중앙은행(연준)이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중단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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