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6개 지역서 상병수당 시범사업
'근로 불가·진료 일수' 등 3개 모형으로
"보장 수준 낮은 반쪽짜리 제도" 비판도
근로자가 아플 경우 생활비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수당을 지급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4일 전국 6개 지역에서 시작된다.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애플리케이션 배달기사 등), 일용직도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 종로와 경기 부천, 충남 천안, 경북 포항, 전남 순천, 경남 창원 등 6개 지역에서 상병수당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부상·질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져 일을 쉴 때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사회보장제도다. 1883년 독일에서 시작된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미국뿐이었다. 2020년 5월 물류센터 직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이 부각됐고, 같은 해 7월 노사정 협약이 체결돼 논의가 진행됐다.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수당은 최저임금의 60%인 4만3,960원이다. 부상·질병의 유형, 진단명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미용 목적의 성형,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출산은 지원받을 수 없다. 또 유급병가를 받았다면 병가 기간의 수당은 제외된다.
대상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취업자다. 건강보험·고용보험 1개월 이상 가입한 취업자 혹은 3개월 이상 사업자등록을 유지하고 전월 매출 191만 원 이상인 자영업자여야 한다. 다만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협력사업장 노동자는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고용보험·산재보험·기초생활보장제도·긴급복지생계지원금 관련 수급자나 공무원·교직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장 유급병가 기간은 상병수당 못 받아
정부는 세 가지 모형을 각각 다르게 운영한다. 부천·포항에 적용되는 모형1과 종로·천안의 모형2는 '근로활동 불가 기간'을 지급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대기기간과 최대 보장 기간이 다르다. 모형1의 대기기간은 7일이고, 1년간 최대 90일까지 받을 수 있다. 모형2는 대기기간이 14일이지만, 최대 보장일수를 120일로 늘렸다.
예를 들어 부천(모형1)에 거주 중인 A씨가 아파서 일할 수 없는 기간이 20일일 경우, 대기기간 7일을 뺀 13일 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종로(모형2) 거주자인 B씨가 20일간 근로활동이 어려워 회사에서 유급병가 15일을 받았다면, 유급병가 기간을 뺀 5일치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기기간 14일은 유급병가 기간에 포함된다.
수당을 받으려면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으로부터 근로활동이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상병수당 신청용 진단서'를, 사업장에서 '근로중단계획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진단서 발급 비용(1만5,000원)은 수급 대상으로 확정되면 환급된다. 서로 다른 부상·질병으로 여러 차례 신청할 수 있다.
순천·창원(모형3)은 병원 진료 기간이 지급 기준이다. 다만 3일 이상 연속해 병원에 입원해야만 신청할 수 있다. 입원기간과 외래 진료 일수에서 대기기간 3일을 뺀 남은 기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최대 보장기간은 1년간 90일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증빙할 의무기록과 사업장에서 '근로중단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기기간 너무 길다, 취약 노동자들에게 무용지물"
그러나 시민단체는 '반쪽짜리 제도'라며 비판한다. 아파서 쉬기 시작한 날부터 수당 지급 전까지의 대기기간이 최대 14일로 너무 길고 보장 수준도 최저임금의 60%로 낮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기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유급병가를 못 쓰는 취약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제도"라며 "소득도 충분히 보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이후 논의를 거쳐 2025년 상병수당 제도를 본격 도입할 계획인데, 이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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