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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보다 '이문세 성시경 옛 발라드' 강세...상반기 대중음악은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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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보다 '이문세 성시경 옛 발라드' 강세...상반기 대중음악은 '역주행'

입력
2022.07.04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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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음원 시장 리메이크 천하
1위 '취중고백' 3위 '사랑은 늘 도망가'
톱100 중 9곡이 10 여 년 전 노래·리메이크 이변
유튜브서 옛노래 유행, 닫힌 공연 반작용
상반기 음반 판매량 3447만장 '역대 최고'
미국서도 CD 판매량 증가 '역주행' 이변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음원 시장을 휩쓴 것은 방탄소년단 등 해외를 누비는 유명 K팝 그룹의 신곡이 아니었다. 가장 많이 소비된(스트리밍+다운로드) 곡은 2005년 발표된 곡을 리메이크한 '취중고백'. 이를 포함해 상반기 톱100곡 중 9곡이 10여 년 전에 나온 노래거나 이를 새로 부른 리메이크 곡이다. CD플레이어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CD 판매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지속되는 동안 음악 시장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 셈이다.


BTS 노래보다 사랑받은 리메이크곡

3일 본보가 가온차트에 의뢰해 2022년 1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멜론, 지니, 바이브, 벅스, 플로 등 국내 주요 8개 음원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노래 톱100을 조사한 결과 리메이크 또는 옛날 곡들이 음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1위로 집계된 '취중고백'은 가수 필이 2005년 발표한 곡을 보컬 듀오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다시 부른 곡이다. 그 뒤를 이어 여성 아이돌 그룹 '아이들'의 '톰보이'가 2위,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가 3위를 차지했다. '사랑은 늘 도망가'도 이문세가 2010년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K팝 간판 그룹 빅뱅이 올해 낸 '봄여름가을겨울'(4위)과 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래퍼 소코도모의 '회전목마'(7위)보다 옛 노래 리메이크를 청취자들이 더 찾아 들었다는 뜻이다. 이밖에 '언제나 사랑해'(30위·케이시)와 '어제처럼'(77위·폴킴) 등도 10여 년 전의 곡을 리메이크해 올 상반기 큰 사랑을 받았다.


성시경 자우림의 10년 후 '역주행'

리메이크곡뿐만 아니라 옛 노래 자체가 차트 순위에 오르는 역주행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성시경이 2012년 낸 노래 '너의 모든 순간'이 44위에 올랐고 자우림이 2013년 발표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동명의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79위에 진입했다.

두 곡 모두 올 상반기 1억 원 이상(음원 플랫폼 수익 35% 제외)의 음원 수익을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곡이 음원 플랫폼에서 한번 스트리밍되면 권리자(제작사, 작사·작곡가, 유통사, 실연자 등)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약 4.5원이다. 1억 원의 매출은 6개월 동안 2,500만 건 이상이 재생됐다는 뜻이다. 발표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곡이 최신 음원차트에 올라 2,000만 건 이상 재생되기는 이례적이다. 해외에선 최신 K팝 아이돌 음악이 소비되지만 국내 음악 시장에선 옛 노래가 두루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유튜브에서 옛날 노래가 요즘 유행 알고리즘 중 하나"라며 "그 영향이 중년을 넘어 10·20대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음원시장에 복고와 리메이크 노래가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신곡이 나오지 않는 등 생산과 소비가 보수적으로 이뤄진 탓이란 시각도 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팬데믹으로 공연이 막혀 제작자들은 이른바 공연용 신곡을 내지 않고, 리본('취중고백' '흰눈')·메모리즈('어제처럼') 프로젝트처럼 옛 인기곡 리메이크란 안정적 제작 방식을 선호했다"며 "청취자들은 현실이 힘들다 보니 듣기 편한 옛 발라드를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톱10에 3세대 남성그룹 전멸...세대 교체 신호

2021년 이후 데뷔한 K팝 4세대 여성 아이돌그룹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데뷔 8개월 차인 다국적 그룹 아이브는 톱10에 '일레븐'(6위)과 '러브 다이브'(8위) 두 곡을 올리며 올 상반기를 '아이브 세상'으로 만들었다. 빅뱅을 제외하곤 방탄소년단 등 남성 K팝 아이돌그룹은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팝 세대교체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신곡 발표가 위축되긴 했지만, CD 등 음반 시장은 1990년대를 방불케 하는 호황을 누렸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CD 등 음반 판매량은 3,447만1,504장(톱400위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 2,596만 장보다 900만 장 성장한 규모다. 협회가 2011년부터 음반 판매량을 공식 집계한 이래 역대 상반기 최고 수치다.

요즘 음반 판매량 증가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2021년 미국 CD 판매 매출은 총 5억8,400만 달러(약 7,580억 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RIAA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CD 매출이 반등했다"며 "전년 대비 CD 매출이 증가한 것은 2004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으로 공연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그로 인한 '보복 소비'가 CD시장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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