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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못 미친 '종이의 집' 한국판, 왜 리메이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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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못 미친 '종이의 집' 한국판, 왜 리메이크한 걸까

입력
2022.07.03 14:56
수정
2022.07.03 15:58
20면
0 0

아시아 시장서 '중박' 보증 수표 된 한국 드라마
매달 신작 내놓아야 하는 넷플릭스와 이해관계 맞아
"원작과 똑같은 캐릭터, 과한 주제 의식은 아쉬워"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 포스터(왼쪽)와 한국판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 포스터(왼쪽)와 한국판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10점 만점에 5.1점.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한국판에 대한 미국 비평 사이트 'IMDb'의 평점이다. 스페인 원작의 평점 8.4점에 훨씬 못 미친다. '원작의 카피본일 뿐, 왜 리메이크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혹평가들의 공통된 의견. 흥행 돌풍도 주춤하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와 한국을 포함한 6개국 1위를 달성했지만 공개 일주일이 넘어선 지난 2일에는 한국에서만 1위(플릭스 패트롤 기준)를 지키고 있다. 작품성이나 흥행 면에서 원작만큼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리메이크 작이다. 넷플릭스로서도 전례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종이의 집 원작은 파트마다 글로벌 시청 순위 2~5위를 차지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게다가 완결인 파트5가 지난해 12월 공개됐을 만큼 비교적 최신작이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시대적 이질감 없이 원작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원작의 잔상이 이토록 선명한 작품을 왜 리메이크했을까. 그것도 한국판으로.

'종이의 집' 한국판. 넷플릭스 제공

'종이의 집' 한국판. 넷플릭스 제공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를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에서 나온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가 동일한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유통망이라는 넷플릭스 특성상 거의 매달 새로운 성공작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가지고 리메이크를 하면 초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넷플릭스는 미국 시리즈를 중국식으로 만든다거나 한국 시리즈를 미국식으로 만드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권에서 기본적으로 다 주목받고 있는 데다, 종이의 집도 '오징어 게임'과 같이 가면을 쓴다거나 코스튬을 활용한다는 점이 비슷한 흥행 코드로 넷플릭스에 어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남북한 갈등 구조는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관심이 높아, 이런 소재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에서 일종의 '평타'는 치는 보증 수표가 됐다는 분석이다.

'종이의 집' 한국판. 넷플릭스 제공

'종이의 집' 한국판. 넷플릭스 제공

다만 통일을 앞둔 남북한, 단일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 등 배경 설정 외에는 스토리나 캐릭터가 원작과 지나치게 똑같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앞서 흥행한 K콘텐츠의 주제 의식, 성공 문법에 얽매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 갖고 있었던 한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폐해나 문제 의식을 흉내내거나 과하게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리메이크할 때는 이것을 왜 리메이크하는지에 대한 동기와 목적 의식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리메이크는 원작을 살리면서, 동시에 원작과 똑같으면 안 된다는 이율배반적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게 어려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트2에서는 한국판에서 돋보였던 갈라치기와 편가르기의 정서, 명확하게 구분되어 보이는 경계들이 실은 사적으로 많이 연결돼 있다는 은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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