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진료거부권

입력
2022.07.03 18:00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태국 정부가 마약법상 불법 약물에서 대마를 제외한 첫날인 6월 9일 방콕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대마 조각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방콕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마약법상 불법 약물에서 대마를 제외한 첫날인 6월 9일 방콕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대마 조각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방콕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지난달 ‘대마 앱’을 내놓았다. 식품이나 의료용으로 집에서 대마를 기르고 싶은 사람은 이 앱에 재배 수량과 목적을 입력하면 손쉽게 정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보건부 장관이 나서서 “다 함께 대마초를 기르자”라고 재배를 권장하는가 하면, 아예 대마 묘목을 나눠주기도 했다. 태국선 전자담배도 불법이라는데, 우리 시각으론 납득이 안 된다. 대마를 기호식품으로 여기는 일부 서양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현지 관광지엔 대마초 주스, 대마초 샐러드, 대마초 튀김까지 나왔다고 한다.

□ 국내 통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정부에 때아닌 진료거부권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거짓 통증을 이유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휘발유나 흉기까지 가져와 협박하면 의학적으로 전혀 필요 없는데도 처방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별적 진료거부는 당연히 안되지만, 부적절한 요구를 고집하는 환자는 돌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익을 위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남발하는 병·의원도 있다.

□ 대마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데, 사실 중독성은 마약성 진통제보다 덜하다. 또 의료용 대마는 불법이 아니다. 대마에는 100가지가 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중 일부는 환각 작용 없이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 11월부터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대마 의약품은 4종이다. 단 뇌전증과 복합결절성경화증,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드라벳 증후군 등 정해진 질병 치료용으로만 써야 한다.

□ 대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 중 20, 30대 비중이 56.8%나 된다. 19세 이하는 전년보다 43.8%나 늘었다.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과 무관하지 않다. 의료계는 인기 여행지인 태국의 대마 합법화가 국내 마약성 진통제 사용 증가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여행 중 호기심에 대마를 접했다가 더 센 마약성 진통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독이 일상을 파고들지 못하도록 세심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임소형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