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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 훼손 심각" 무차별 임신중절약 판매...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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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 훼손 심각" 무차별 임신중절약 판매... 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22.07.05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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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통해 임신중절약 거래 실태 봤더니
중국에서 밀반입해 온라인으로 배송 판매
복용 지침 없어... 무차별 판매 폐단 심각
"눈에 안 보이는 피해자 생각하고 판결해야"
"판매 사이트·SNS 차단하고 단속해야" 지적

'먹는 임신중절약' 미프진(왼쪽).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산유도 약물 판매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먹는 임신중절약' 미프진(왼쪽).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산유도 약물 판매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결 폐기로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음성적인 임신중절약 거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불법 약품 판매에 따른 사회적 폐단이 심각한 상황에서 판매자들 상당수가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보다 엄격한 법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한국일보는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서 '낙태약'을 키워드로 최근 4년간 나온 판결문 27건을 분석, 국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임신중절약 거래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인터넷 통해 불법 임신중절약 판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수익

일단 판매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중국에서 밀수입해 온 약품을 무분별하고 팔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미프진(미페프리스톤, 미로프로스톨)'으로 미국과 유럽 등 몇몇 국가에서는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엄연히 유통이 금지된 약품 중 하나다. 여기에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자연유산유도제(미피사동편·미색전렬순편 등)를 미프진처럼 속인 판매자도 있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알약 1정당 3만~6만 원 정도인데, 대개는 낱개가 아닌 수십만 원씩 대량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수천만 원은 기본, 수억 원대 수입을 올리는 판매자도 있다.

자궁 적출까지... 불법 임신중절약 폐해 수두룩

약품을 복용한 이들은 상당수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①정확한 복용 지침이 없고 ②임신부 상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거래와 복용이라는 점에서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과다출혈은 부지기수고, 자궁을 적출하고 패혈증까지 걸릴 뻔한 여성도 있었다.

거래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졌다. 예컨대 28주차 임신부인 A씨는 낙태를 위해 일주일 내내 미프진을 복용했다. 하지만 약효에 조기 출산을 하게 됐고, 그는 약 판매자 말만 듣고 태어난 아이를 살해·유기하는 일을 벌였다. 또 다른 구매자 B씨는 임신한 딸에게 미프진을 입덧완화제로 속여 먹이기도 했다.

"법원, 눈에 보이는 피해자 넘어서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법원은 판매자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판매자 18명 가운데 징역형을 받은 이는 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년 이하 실형이 전부였다. 반면 절반 이상인 10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나머지 한 명은 벌금형에 그쳤다.

한 재판부는 임신중절약 불법 수입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전과 13범에게 "범행을 주도한 건 아니다"라며 징역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다른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고 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형을 깎아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엄중한 처벌과 선제적 단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혜정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법원이 눈에 보이는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임신중절약 복용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인지하고 판매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의료계조차 임신중절약 복용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인데 인터넷 구매가 안전하겠나"라며 "임신중절약 판매 사이트와 광고 글에 대한 접근을 막고, 수사기관은 불법 의약품 거래를 엄정하게 단속해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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