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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더위 기승…열사병ㆍ일사병 75% 급증

입력
2022.07.0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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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른 무더위 탓에 열사병ㆍ일사병 같은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이 지난 5월 하순부터 한 달 동안 206명이나 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급증했다.

온열 질환 환자가 최근 5년 간 1만여 명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99명이나 된다.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고, 뒤를 이어 60대, 40대 순이었다.

박재민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온열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열경련ㆍ열실신ㆍ열탈진 등 열사병도 달라

체온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체온을 조절하는 체온 조절 중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더운 곳에서 오래 있거나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 조절 중추 기능을 잃는다.

우리 몸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증상을 ‘열사병’이라고 한다. 열사병은 40도 이상 체온, 뜨겁고 건조한 피부, 중추신경계 이상(의식 저하, 섬망, 혼수, 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어지럽고 두통 증상까지 나타난다. 열사병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열경련은 과도하게 땀을 흘려 체내 염분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 근육에 통증을 동반한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열실신은 오래 서 있거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체액 용적 감소, 말초 혈관 확장, 혈관 운동 강도 저하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크게 줄어 의식을 일시적으로 잃는 현상이다.

열탈진은 열경련과 열실신 원인이 같이 작용해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적절한 수분과 염분 보충 없이 오랫동안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데, 무기력ㆍ구역ㆍ구토 등이 나타난다.

이처럼 세 가지 질환과 열사병의 구분은 체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중추신경계 이상 징후를 보이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고열이 나는 의식불명 환자는 열탈진인지, 열사병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이럴 때에는 우선 열사병에 준해 응급 처치를 하고, 응급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예방 조치가 중요한 열사병

열사병은 나이와도 큰 연관이 있다. 특히 고령 노년층이나 4세 미만의 어린이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가령 어린이가 자동차 안에 남겨졌다면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미국에서 1년에 평균 37명이 자동차형 열사병으로 사망하는데, 그 중 37%가 3세 미만이었다.

인지장애, 심장 질환, 폐 질환, 비만, 정신과 약물 복용, 신체적 장애로 운동 능력 제한이 있는 환자, 음주·탈수 상태에서 발생 위험이 높고, 무더운 날 격렬한 야외 활동, 냉방 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더운 환경, 도시 건물 꼭대기 층(옥탑방 포함) 거주 독거 노인에게 발생 위험이 높다.

고온 환경에 노출됐고 고열, 의식 변화가 있으면 일단 열사병을 의심하고 체온을 떨어뜨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서늘한 곳으로 환자를 옮기고 옷을 벗겨야 한다. 냉수로 채워진 욕탕에 담그는 방법이 확실한 치료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을 환자에게 뿌리면서 쿨링팬을 이용해 열 증발을 촉진한다.

응급실로 이송 중에도 찬물을 계속 적셔주고, 피부에 물을 뿌리고, 쿨링팬으로 증발을 유도한다.

열사병은 기상 상태 점검, 적절한 의복, 서늘한 휴식 장소 확보, 수분 공급 등과 같은 예방 조치가 중요하다. 더운 날씨에는 힘든 실외 활동을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

더운 환경에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면 자주 그늘에 가서 벗고 통풍하고, 1시간 이상 운동할 때에는 전해질ㆍ탄수화물이 포함된 음료를 섭취한다. 실외 활동 중 및 활동 전후에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고, 고령 및 만성질환자는 수분 섭취가 부족하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 한다.

◇여성에게 더 취약한 냉방병

여름철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냉방병이란 용어는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의학 용어는 아니다.

냉방병은 여름철 냉방과 관련돼 나타나는 가벼운 감기, 몸살, 두통, 소화불량, 권태감 같은 임상 증상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다.

최근 한 외국 논문에서는 ‘air-conditioningitis’을 냉방병의 영어 용어로 사용하면서, 에어컨으로 인해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크게 발생하여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냉방병의 주원인은 지나친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심한 온도 차다. 바깥 기온과 실내 온도 차가 크면 클수록 온도 차이 자체가 일종의 스트레스로 신체에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찬 에어컨 공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생리적인 변화로 말초 혈관 수축이 일어난다. 여성의 경우 여름에는 노출 부위가 더 많아지므로 냉방병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그리고 에어컨의 냉방ㆍ제습 기능으로 인해 습도가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 비슷한 콧물, 코 막힘, 인후통, 재채기 등 호흡기 증상을 유발한다.

냉방병을 예방하고, 냉방병 증상을 줄이려면 찬 에어컨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긴소매 덧옷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실내외 온도 차가 너무 차이가 나지 않도록 지나친 냉방을 피하고, 적정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여름철 전력 수급 안정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에너지 절약문화 정착을 위해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6도로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26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쾌적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냉방병 예방을 위해서도 올 여름은 정부에서 권고한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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